기분이 양 극단을 달리다 보니 의사마저도 우울증으로 진단하는 사례가 많다. 실제 한림대 성심병원 신경정신과 전덕인 교수팀은 2001년 1월∼2005년 12월 조울증 입원 환자 131명 가운데 27명이 우울증이란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전 교수는 “조울증 환자는 우울증이었다가 조울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조울증 환자가 항우울제 등 일반 우울증 치료를 받으면 조증 증상이 더 자주 나타나거나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은 여자가 남자보다 2∼3배 많고 30대 이후 중년에서 많이 발병하지만 조울증은 남녀 차이가 거의 없으며 젊은 층에서 주로 발병한다. 우울증 환자는 주로 불안, 초조, 불면증 등의 증상을 보이는 반면 조울증 환자는 몸이 늘어지거나 무기력해 일반인보다 덜 움직이고 잠을 많이 자는 증상을 보인다. 조울증의 유전성은 우울증보다 강하다.
감정 기복이 심해 우울증보다 자살 위험이 더 높다. 약을 먹거나 칼로 손목을 살짝 긋는 대신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칼로 힘줄이 끊어질 정도로 자해하는 등 극단적인 자살 기도를 한다.
가톨릭대 의대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과 박원명 교수는 “심리기복이 심한 사람은 조증 상태일 때 더 조심해야 한다”며 “차분하던 여성이 갑자기 카드 사용 횟수가 많아지거나 말이 많아지고 공격적이거나 충동적으로 변하면 조증인지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울증에서 조증 상태가 나타나는 기간은 길지 않다. 조울증 환자를 1년 동안 관찰하면 절반은 아무런 증세 없이 정상으로 지내고 한 달 정도는 조증에, 나머지 기간은 우울증에 빠져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말이다.
조울증 치료는 우울증보다 까다롭고 기간이 더 많이 걸린다. 재발도 우울증에 비해 잦은 편이다. 재발하면 적어도 3년가량은 약을 복용해야 된다. 약물치료로는 기분을 가라앉혀 주는 기분조절제가 이용된다. 전 교수는 “약물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통상 2∼3주 이상 시간이 필요하며 처음 발병한 경우엔 최소 1년은 먹어야 된다”고 말했다.
다행히 조울증은 약물치료를 받으며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질환이다. 가족은 환자가 잠을 제때 자는 등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당장 좋아진다고 약 복용을 끊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재발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므로 조심해야 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조증 체크리스트 내용 예 아니요 기분이 너무 좋아 남들에게서 “평소와 다르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너무 들떠서 문제가 생긴 적도 있다. · · 지나치게 흥분해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싸우거나 말다툼한 적이 있다. · · 평소보다 더욱 자신감에 찬 적이 있다. · · 평소보다 잠이 덜 오거나 잠 잘 필요를 느끼지 않은 적이 있다. · · 평소보다 말이 많았거나 말이 매우 빨랐던 적이 있다. · · 생각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돌아가는 것처럼 느꼈거나 마음을 차분하게 하지 못한 적이 있다. · ·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로 쉽게 방해받아 하던 일에 집중하기 어려웠거나 할 일을 계속하지 못한 적이 있다. · · 평소보다 더욱 에너지가 넘쳤던 적이 있다. · · 평소보다 더욱 활동적이었거나 더 많은 일을 했던 적이 있다. · · 평소보다 더욱 사교적이거나 적극적이었던 적이 있다. · · 평소보다 더욱 성행위에 관심이 간 적이 있다. · · 평소의 자기답지 않은 행동을 했거나 남들이 생각하기에 지나치거나 바보 같거나 또는 위험한 행동을 한 적이 있다. · · 돈 쓰는 문제로 자신이나 가족을 곤란에 빠뜨린 적이 있다. · · 7개 이상 ‘예’라고 했다면 조증을 의심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진단을 받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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