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불이 꺼지고 있다

  • 입력 2006년 6월 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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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은 올해 처음으로 외과 전공의(레지던트)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18명 모집에 지원자는 15명. 23개 전공과목 가운데 유일하게 외과만 미달이었다.

이 병원 외과의 한 교수는 “2지망 지원자로 정원을 채우긴 했지만 이런 현실이 부끄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실 서울대 출신이 아닌 타교생으로 외과가 채워진 것은 오래된 일이다. 외과의 타교생 전공의는 4년차엔 한 명도 없지만 1년차는 18명 중 8명이다.

연세대 의대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영동세브란스병원의 외과 1년차 13명 가운데 타교생 출신이 8명이다. 영동세브란스 흉부외과는 올해 전공의를 한 명도 뽑지 못했다. 고려대안암병원은 올해 뽑은 산부인과 전공의가 한 명도 없다.

반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비보험 진료가 많고 의료사고가 거의 없는 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등으로 몰려들고 있다.

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이른바 외과 ‘3D’ 계열과 병리과에서 전공의 부족 현상이 몇 년째 계속되면서 기초의료가 완전히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고 있다.

올해 한 유명 의대 부속병원은 지방대 의대에서 성적이 하위 5%에 속하는 학생을 외과 전공의로 뽑았다.

이 대학 외과 교수는 “1970년대엔 본과 1등은 당연히 외과를 지원했다. (내가 지원하던) 1983년에도 상위 20%에는 들어야 했다. 지금은 100위 안에 드는 학생을 찾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외과계열을 기피하는 이유는 고된 일에 비해 보상이 적은 반면 의료사고의 위험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산부인과 기피는 최근 저출산으로 수요가 적어진 탓도 크다.

연세대 의대 최승호 교수는 “외과 의료수가가 선진국에 비해 낮고 특히 의사의 진료비가 턱없이 낮은 게 문제”라며 “개인별 수술 경험이나 실력은 인정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4∼6시간에 걸쳐 간의 일부를 떼어내는 ‘간 절제술’의 의료수가는 111만4580원에 불과하다. 대학병원에서 분만할 경우 의료수가는 20만4210원. 간호사 등 인건비 재료비 장비 비용까지 포함된 금액이다.

미국의 경우 3년차 전문의의 연간 평균소득은 흉부외과와 신경외과가 각각 56만 달러, 44만 달러로 1, 2위를 차지한다.

서울대병원 윤병우 교육연구부장(신경과)은 “지금처럼 우수한 학생이 생명과 직결된 전공을 외면할 경우 의료 질이 떨어지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이평수 상무는 “병원들이 경쟁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의사를 양성해 고비용 구조를 만들었고 이에 따라 적자를 보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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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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