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형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연구단이 미국 스탠퍼드대 더글러스 와일드 교수와 함께 개발하고 있는 ‘창의성 양상 테스트’에 응해 줄 것을 부탁했다.
“창의성이면 다 같은 창의성 아닌가?”
소비자의 마음과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은 만든 사람의 ‘창의성’이 발휘된 결과다. 세상사람 각각 생김새가 다르듯이 창의성에도 다양한 양상이 있다.
스위스 정신분석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태어난다고 주장했다. 우리 연구단은 이를 분석해 창의성을 발휘하는 양상을 혁신가형, 전략가형, 조절자형 등 18가지로 분류했다.
테스트 결과 형은 ‘혁신가’형 창의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 창의성 양상은 ‘전략가’형이다. 혁신가형과 전략가형은 둘 다 직관이 강한 공통점이 있으나 창의성을 발휘하는 ‘양상’은 조금 다르다.
혁신가형은 직관적으로 얻은 아이디어를 자신이 직접 나서서 구현해낸다. 그러나 전략가형은 그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에게 제공해 주는 편이다. 혁신가형인 형이 기업에, 전략가형인 내가 교직에 몸담고 있는 게 단지 우연만은 아닌 듯 싶다.
형이 경영하는 회사 이름은 ‘이노디자인’이다. ‘이노’는 ‘혁신’을 뜻하는 영어 단어 ‘이노베이션(innovation)’에서 따온 말. 테스트를 하기 훨씬 전에 지은 이름이지만 희한하게도 형의 창의성 양상을 고스란히 담아낸 셈이다.
창의성이 가장 필요한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설계(Design)’다. 건축도면을 그리거나 제품 모양을 결정하는 것뿐 아니라 조직을 구성하고 업무의 흐름을 조절하는 일도 모두 ‘설계’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인생의 진로를 판단하는 것도 물론이다.
우리 연구단에는 공학, 심리학, 교육학, 산업디자인, 컴퓨터, 인공지능 등 여러 분야 전공자들이 모여 있다. 개인의 창의성 양상을 진단해 특정 창의성 양상을 가진 사람이 어떤 설계 활동에 적합한지를 판단하고, 이를 응용해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요즘 창의성은 우리 사회 전체의 화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의성 계발에는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김용세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창의적설계추론지적교육시스템연구단장 yskim@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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