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반란…소수파 발상 과학발전 기여 사례 많아

  • 입력 2006년 5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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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판이 벌써부터 술렁인다. ‘내 편 그렇지 않으면 적’이라는 ‘도 아니면 모’식 발상이 선거판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힘의 역학 관계에서 밀린 소수자는 ‘반골(叛骨)’로 몰리기 일쑤다. 과연 반골들은 사회를 불안으로 몰아가는 훼방꾼일 뿐일까. 최근 소수자(마이너러티)의 역할이 사회 문제 해결에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터프츠대 심리학과 새뮤얼 소머스 교수팀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진 집단이 단일한 성향의 집단보다 더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심리학 저널 ‘인성과 사회 심리학회지’ 4월호에 발표했다.

○ 다앙한 인종구성이 문제해결력 높여

연구팀은 미시간 주 법원 소속 배심원단 121명과 일반인 79명을 선발한 뒤 이들을 백인 6명으로 구성된 그룹과 백인 4명과 흑인 2명으로 구성된 그룹으로 각각 나눴다. 그리고 각 팀에 백인 여성을 성추행한 용의자로 몰린 한 흑인의 공판 비디오를 30분간 보여 주고 반응을 조사했다. 이 흑인은 혐의 사실을 부인했고, 성추행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없는 상태였다. 흥미롭게도 실험에 참여한 백인 배심원들은 피의자가 정말 유죄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 다른 반응을 나타냈다. 흑인이 섞여 있는 배심원단 소속 백인들의 경우 34%가 유죄라고 대답했다. 이에 반해 백인만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에서는 50%가 유죄라고 응답했다.

연구팀은 또 흑인 배심원과 섞인 백인 배심원들은 더 많은 증거를 언급했고 심리 과정의 오류를 쉽게 찾아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소머스 교수는 “보통 정치 경제 등 복잡한 사안에 대해 소수자를 포함한 집단의 태도 변화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훨씬 빠르고 뚜렷이 나타난다”며 “단일 성향의 조직은 획일적인 사고방식 때문에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기 쉽고 문제해결 능력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소수자가 사회와 과학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경우는 많다. 영국 최대의 두뇌집단인 경제사회연구위원회는 무공해 에너지를 추구하는 소수의 ‘녹색 연구자’의 반골 기질이 에너지 산업과 식품, 건축 분야의 기술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지난달 26일자 정기간행물을 통해 발표했다.

○ 혈통 다양한 벌이 안정된 ‘집’ 만들어

자연계에서는 소수자의 역할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벌집도 그중 하나다. 호주 시드니대 줄리아 존스 박사 연구팀은 한 아버지를 갖는 일벌들이 만든 벌집보다 다양한 혈통을 포함한 벌집이 더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보통 벌은 주위 온도가 바뀌면 날갯짓해서 벌집 안 온도를 35도 안팎으로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다. 연구팀은 단일 혈통을 가진 일벌이 짓는 벌통과 그렇지 않은 벌통의 온도를 7일간 측정했다. 조사 결과 단일 혈통 벌집은 섭씨 34∼36도의 온도를 보인 반면 유전적 소수를 포함한 벌집은 34.5∼35도를 유지했다. 유전적 기질이 다른 벌들의 경우 온도 변화를 느끼는 정도가 서로 달라 벌집 내부 온도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반응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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