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결제대금예치制 유명무실

  • 입력 2006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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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3000곳과 672곳.’

1만3000곳은 사업자 등록을 한 인터넷 쇼핑몰이고, 672곳은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제) 제도를 도입한 쇼핑몰이다.

에스크로는 물품 대금을 제3자가 보관했다가 물건이 배송된 것을 확인한 뒤 수수료를 떼고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제도. 공정거래위원회는 인터넷 쇼핑 이용객을 보호하기 위해 에스크로 제도 도입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을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 한 달이 넘었으나 도입한 곳은 고작 5%로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규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을 시행하면서 “모든 인터넷 쇼핑몰은 에스크로나 이에 준하는 보증보험을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8일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서울에 등록된 1만3000개 인터넷 쇼핑몰 중 에스크로나 보증보험을 도입한 쇼핑몰은 672곳(5.2%)에 불과했다.

그나마 672곳 중 대부분은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유명 쇼핑몰.

인터넷 사기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중소 규모의 인터넷 쇼핑몰이 에스크로를 도입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다. 법을 어겨도 제재할 장치가 없고, 관리 감독할 기관도 정해져 있지 않아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는 “요즘에는 신뢰를 쌓은 대형 인터넷 쇼핑몰에만 고객이 몰린다”며 “경쟁 끝에 스스로 질서가 잡힌 인터넷 장터에 왜 이런 법을 강제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법은 금융회사 외에 민간사업자도 자본금 10억 원 이상, 부채비율 200% 미만이면 에스크로 사업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한 온라인 쇼핑몰은 작년 말 감사보고서에 나와 있는 부채비율이 1200%인데도 에스크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쇼핑몰의 연간 거래액은 1조 원을 웃돈다.

‘에스크로는 무조건 제3자에게 맡겨야 한다’는 조항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예컨대 농수산쇼핑이나 우체국쇼핑은 이 조항 때문에 농협이나 우체국 등 공신력 있는 금융회사를 에스크로 사업자로 선정할 수 없다.

또 보호 금액이 10만 원 이상으로 제한돼 있어 전체 거래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10만 원 미만 소액 거래자들은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공정위 측은 “온라인 거래를 더욱 세밀히 규제하는 전자금융거래법이 시행되는 내년 1월부터는 금융감독원이 에스크로 사업자를 통제할 것”이라며 “그 전까지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지켜줘야 한다”고 밝혔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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