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교수 해명’에 과학계 5가지 의문 제기

  • 입력 2005년 12월 1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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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 노성일(盧聖一)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김선종 연구원의 기자회견 내용을 비교해 보면 적지 않은 의문점이 발견된다. 2005년 논문의 조작에 대해서는 세 사람의 발언이 대부분 일치하지만 배아줄기세포 연구 성과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생명과학계를 중심으로 새로 제기된 의문점을 정리해 본다.》

◆1. “실험실 오염으로 첫 줄기세포 6개 모두 죽었다”

황 교수에 따르면 올해 1월 심각한 오염사고가 발생해 처음 만든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6개가 모두 못쓰게 됐다.

연구원들이 줄기세포를 냉동 보관해 관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연구원들은 세포가 추출되면 계대배양(세포를 여러 조각으로 나눠 배양해 수를 늘리는 것)을 해 질소탱크에 냉동 보관하고 실험 때마다 하나씩 꺼내 쓴다. 더욱이 논문 작성용 줄기세포라면 배양 시기별로 냉동 보관하는 등 더욱 세심한 관리를 하게 된다.

황 교수도 “줄기세포의 계대배양은 미즈메디병원 연구원이, 동결보전과 세포 관리는 서울대에서 독자적으로 수행했다”고 말해 동결 절차를 거쳤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국내 생명과학 연구원들의 인터넷사이트에는 “세포가 만들어지면 최소 몇 개에서 몇십 개의 스톡(저장용 세포)을 만들어 액체질소에 보관한다”며 “질소탱크도 여러 곳에 나눠 관리하는데 그게 다 오염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라는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황 교수팀이 냉동 줄기세포를 꺼내 쓸 때마다 오염됐다고 추론할 수는 있다. 하지만 6개 줄기세포가 모두 오염될 때까지 조치가 없었다는 점은 여전히 의문이다.

◆2. “논문 제출 전 줄기세포-체세포 DNA 일치했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환자의 체세포를 핵이 제거된 난자에 주입(체세포 복제)해 만들기 때문에 줄기세포와 환자 체세포의 DNA 지문이 똑같다. 따라서 줄기세포가 바뀌었다면 환자의 체세포와 DNA 지문이 일치할 수 없다.

하지만 황 교수는 사이언스 논문 제출 전에 DNA 지문을 검사해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줄기세포가 바뀌었다는 주장과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에 대해 그는 “DNA 검사를 미즈메디병원 연구원이 수행했다”고 말해 김 연구원에게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내가 (황 교수팀으로부터) 받은 줄기세포 샘플 자체가 동일한 체세포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똑같은 체세포를 둘로 쪼개면 당연히 DNA 지문이 일치한다.

김 연구원은 줄기세포라고 믿었지만 넘겨받을 때부터 모두 체세포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

◆3. “지난달 자체검증 때 DNA지문 불일치 알았다”

황 교수는 “11월 18일 자체적으로 (줄기세포를) 일부 검증한 결과 사이언스에 발표한 줄기세포 DNA 지문과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윤현수 교수에게 의뢰했더니 미즈메디병원 줄기세포와 일치한다는 결과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줄기세포가 수립된 첫 단계(1계대)에서부터 미즈메디병원 줄기세포로 뒤바뀐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황 교수가 밝혔듯이 황 교수를 포함한 연구원 6명이 매일 오전 6시에 줄기세포 배양 상태를 확인했다. 연구노트와 현미경 사진으로 기록이 남아 있는데 줄기세포가 바뀐 사실을 1년 넘게 몰랐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4. “올해 초 줄기세포 6개 훼손 후 9개 새로 만들었다”

황 교수는 처음 만든 줄기세포 6개가 오염되자 논문을 내기(3월 15일) 전에 6개의 줄기세포를 추가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정확한 시기를 밝히진 않았지만 3개를 더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가 2005년 논문에서 난자 17개당 1개의 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발표한 점을 감안하면 9개의 줄기세포를 추출하려면 153개의 난자가 필요하다.

문제는 올 1월 1일 이후에는 생명윤리법이 시행돼 난자 구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황 교수팀에 난자를 제공해 온 노 이사장도 “황 교수가 올해는 한 번도 난자를 달라는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관 중이던 난자를 이용했을 수 있지만 줄기세포 실험에는 신선한 난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어디서 제공받았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5. “새 줄기세포 만들어 검증한 뒤 3월 논문 제출”

1월 9일 줄기세포가 오염된 뒤 다시 줄기세포를 만들어 논문을 제출한 시점은 3월 15일.

따라서 66일 만에 줄기세포 추출 및 배양과 테라토마 검증(줄기세포가 다른 세포로 분화되는지 확인), 스테이닝(줄기세포를 염색해 사진으로 처리)을 마쳤다는 뜻이다.

생명공학 전문가들에게 따르면 줄기세포 수립과 테라토마 검증에만 각각 3개월, 스테이닝에는 다시 한 달가량이 걸린다. 두 달여 만에 모든 실험을 끝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논문을 제출하기 전에 6개의 줄기세포를 추가로 만들었다고 했지만 논문에는 처음 만들었다는 6개 중 살아남은 2, 3번 줄기세포 사진을 11개로 부풀려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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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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