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누리 칼럼/박경철]생명윤리를 생각한다.

  • 입력 2005년 11월 10일 15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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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여전히 "광우병"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과거 의학용어로 클라인츠펠터 야콥슨증후군 (CJD)라고 불렸던 이 병은 북미산 순록에서 발견되는 이종 변성단백질이 원인인데, 의학사에서는 뉴질랜드와 적도지방의 식인풍습이 있던 곳에서 인간에게 발견된 적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현재 역학적으로 소에게 이전된 경로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밝혀진것은 동종의 단백질 섭취에 기인한 변성단백질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 병은 소가 소를먹고, 인간이 인간을 먹는 관습에서 형성되는 일종의 천형이 광우병이다.

생명체에게는 반드시 지켜져야만 할 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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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파충류 몇종과 소수의 절지류를 제외하고는 동종의 몸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약속은 특정 생명체의 생존 코드이다. 특히 동종을 먹는 경우에도 그것은 자손을 보전하기 위한 행위이거나, 보아뱀 처럼 죽은 새끼를 먹고 살아남은 새끼를 보살피는 행위는 어쩌면 다른 생명을 위한 "이타 (利他)"이지 "이기(利己)"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인간은 어느새 소의 부산물을 이용해서 소의 사료로 이용하고, 양식장에 죽어서 떠오른 생선을 갈아 다시 그들의 사료로 사용한다, 비단 이러한 것 뿐 만이 아니다. 여인은 아름다움을 위해 사람의 태반, 소의 혈분, 거머리. 진드기 등을 재료로 만든 색조 화장품을 바르면서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고, 남성은 태반 정력제를 찾아 중국으로 동남아로 여행을 떠난다.

이것은 인간으로서의 도덕과 비도덕, 윤리와 반윤리를 떠나 최소한 한 생명체로서 조물주와의 약속을 져버리는것이다.

우리는 지금 광우병의 유행을 강건너 불처럼 구경하고 있지만, 이 병의 발병에 이르는 잠복기를 고려 한다면, 상당히 심각하고, 이미 국내에도 문제가 되어있을 소지가 크다.

더구나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문제들을 인간의 과학이 처음에 광우병 걸린 소를 먹고 이병이 발병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데 수십년이 걸렸던 것처럼, 유전자 조작 식물이 수십년 후에 우리에게 어떤 문제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것과 연결지어 생각한다면, 그 파급 효과가 진실로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

부시맨이 영화 한편으로 스타가 된 다음, 뉴욕타임즈 초청으로 뉴욕시를 방문했을때의 일이다.

그는 그곳에서 가장 멋진 호텔의 스위트 룸에서 묵으며 세계 현대문명의 중심인 미국을 시찰하고, 그가 아프리카에서 앞가리개만 걸치고 살아가는 동안 현대 문명이 얼마나 엄청난 진화속도를 기록했는지를 직접 목도하였다.

일주일 후 그가 모든 일정을 마치고, 뉴욕타임즈와 회견을 하면서 기자가 "미국에서 살고 싶지 않은가? 당신은 할리우드의 유명스타가 될 수 있고 만약 그렇게 한다면 당신은 당신네 마을을 송두리채 이 호텔처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그가 남긴 대답은 이랬다고 한다.

"우리마을에서는 흰개미떼가 나오면 서둘러 다른곳으로 이사를 간다, 흰개미떼가 나타나면 아무리 오아시스가 푸르고 열매가 여물어도 곧 지진이 난다는 증거이며, 우리는 흰개미떼를 보고 다가올 재앙을 알 수 있다."라는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남기고 미국을 떠나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맨하탄의 휘황찬란한 밤거리에서 혹은 밤을 밝히는 마천루와 질주하는 자동차 사이로 출몰하는 흰개미의 그림자를 발견했을지 모른다.

우리는 이 대화에서 어쩌면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혹은 누구도 강제하지 않았지만, 자연과 그에 부과되는 법칙을 두려워하고,순응하고 겸손한 삶을 살아가는 부시맨족과, 초등학생들의 커뮤니티 채팅방이 "섹스" "변태" 따위의 제목이 난무하고, 동족의 살과 뼈로 만들어진 사료를 먹고 자란 돼지를 잡아 만든 꼬부랑 글씨의 "스팸"과 유전자 조작 콩으로 만든 두부를 먹고 살면서 문명인을 자처하는 우리의 모습을 대비하게 된다.

이쯤에서 굳이 "레비스트로"의 "슬픈열대"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문명이라는 이름의 올가미에 갖혀, 자연의 질서와 생명의 원리를 버리고 단테가 말한 꽃밭속의 지옥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제까지 우리인간이 한 생명체로서의 도리를 져버리고,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인가.

당장 쉬운일은 아니지만, 지금부터라도 경각심을 가지고 주변을 돌아보고, 이러한 무원칙과 반 자연적인 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정신혁명이라도 벌여야 하고, 황우석 교수의 빛나는 성과를 축복하는 목소리에 가려진 작은 우려들도 애써 외면하지는 말자.

적이란 항상 총 칼을 든 타인의 모습으로만 다가오는것은 아니다.

박경철 의사 donodons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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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박경철은…
어린시절 약속대로 친구들과 함께 낙향하여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신세계 연합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현업의사이지만, 한편으로는 조금씩 관심을 가져왔던 투자관련일로 인해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언론매체에 기고를 하거나, 경제관련 방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동안 함께한 환자들의 아픈 사연을 묶어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에세이를 출간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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