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부터 읍면동 단위로 디지털 기상예보

  • 입력 2005년 10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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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시험 서비스를 시작하는 디지털 예보는 국내 기상예보에 한 획을 긋는 혁명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의 예보는 세계적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

동네 날씨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예보 범위가 세분화되고 기상정보 내용이 훨씬 늘어나 일상생활 및 산업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클 전망이다.

▽어떻게 바뀌나=주말에 가족과 함께 부산에서 서울로 놀러오는 A 씨는 기상청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날씨를 확인했다.

서울 날씨 예보에는 ‘맑은 뒤 차차 흐려져 한때 비’라고 돼 있어 우산을 준비했다. 하지만 정작 A 씨가 다닌 롯데월드와 무역센터 등 강남 일대에는 비가 전혀 오지 않았다.

디지털 예보가 시작되면 A 씨처럼 불필요하게 우산을 준비할 필요가 없어진다. 인터넷으로 강남구와 송파구의 날씨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고 언제부터 비가 올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주말 골퍼도 자신이 라운딩을 할 골프장에 비가 올지 안 올지, 그리고 비가 온다면 언제 오고 그칠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예보는 이처럼 예보 방식이나 정보의 내용이 아날로그 방식과 질적, 양적으로 크게 달라진다.

현재 전국을 87개 지역으로 나눠 발표하는 국지예보는 하루 단위로 최고 및 최저기온과 날씨, 강수량, 풍향 정도의 내용만 알려 준다. 그러나 앞으로는 12가지 기상 정보를 제공한다.

12시간이나 하루 단위로 발표하던 강수 형태나 확률, 적설량, 구름양 등 모든 기상요소는 3시간 단위로 바뀐다.

최장 예보시간이 현재 24시간에서 48시간으로 늘어나고 예보 단위가 가로 세로 5km로 좁아지는 만큼 내가 사는 동네나 여행지의 날씨를 자세히 알 수 있다.

한반도와 주변 해상으로 국한되던 전체 예보 지역도 가로 745km, 세로 1265km의 장방형으로 바뀐다. 화물선이나 어선, 항공기 등의 운항 범위를 감안해 더 넓게 잡은 것이다.

도 단위로 제공하던 북한지역의 날씨도 남한처럼 자세히 알 수 있다. 전체 예보 범위 안에는 들어 있지만 중국 동북 3성이나 쓰시마(對馬) 섬 등 일본 지역 날씨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

▽활용 분야=무엇보다 시민의 여가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설악산이나 지리산처럼 광범위한 지역의 날씨 예보를 전과 달리 위치에 따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정부 부처도 활용할 분야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소방방재청은 기상악화에 따른 재난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데 쓸 수 있다.

지금까지 예보 내용은 2∼4개 시군구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아 지역별 피난대책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못 되었다.

게릴라성 호우가 어느 구나 면에 쏟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어느 동네 주민이 특히 위험한지 잘 모르지만 앞으로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으므로 대비책을 세우라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알려줄 수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집중호우 때 특정 댐의 저수지에 물이 얼마나 유입될지를 계산해 미리 방류량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고기를 잡으러 멀리 해상으로 나가는 어부는 위치마다 다른 해상의 날씨를 미리 알 수 있어 조업에 이용할 수 있다.

▽정확도 높여야=앞으로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지역 예보를 위한 수치예보 모델을 개발하고 다량의 데이터를 빨리 처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

신경섭(申慶燮) 기상청장은 “디지털 예보를 시작함으로써 한국의 기상예보가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고 감히 자부할 수 있다”며 “빠른 시일 안에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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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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