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온라인 게임 뜰까? ‘베타族’에 물어봐!

  • 입력 2005년 10월 22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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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다보면 기타를 직접 치고 싶은 거 하고 같은 거예요. 게임을 좋아하니까 게임 창작에도 참여하고 싶었죠.”

‘베타족’임을 자부하는 회사원 허성록(28·서울 강동구 고덕동) 씨. 최근 그가 베타테스트에 참여해 오류를 수정한 온라인 게임 ‘로한’(써니YNK·사진)은 출시 1개월 만인 21일 PC방 인기 순위 4위(게임 트릭스 집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게임업계는 ‘로한’의 성공을 베타족 활용의 모범 사례로 꼽는다. ‘로한’의 경우 출시 전 6차례의 베타테스트를 거쳤으며 이 과정에 참여한 인원만 4만 명이다.

○온라인 게임 성공의 법칙? 베타족

PC방에서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는 누리꾼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과거 컴퓨터 게임의 흥행은 게임 개발자의 천부적인 창작력, 막대한 자금을 동원한 마케팅에 의존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성공의 법칙이 바뀌고 있다. 바로 베타족이 성공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는 것.

베타족이란 온라인 게임의 베타테스터(Beta Tester·소프트웨어 등 제품 개발 단계에서 상용화되기 전 일정 기간 무료로 사용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를 말한다. 베타족이 주목 받는 이유는 이들이 테스트에 참여해 제시하는 의견이 개발자가 미처 생각 못한 결정적 단점을 보완하기 때문.

1990년대 말 초고속인터넷과 온라인 게임이 확산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베타족’은 상용화 전 단계의 테스트용 ‘공짜’ 게임을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는 게이머들을 통칭하는 말로 쓰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베타족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 베타족의 참여가 조직적이고 전문적인 형태로 진화한 것이 이유다. 이들은 △유명 게임 개발자를 찾아 미리 관련 인터넷 게시판을 만들어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형성된 온라인 커뮤니티를 오프라인으로 연결해 게임과 관련한 집단 토론을 한 뒤 △종합 의견을 게임 개발자에게 전달하는 순서로 게임 창작에 참여한다.

게임 ‘그라나도 에스파타’(한빛소프트)의 베타테스트에 참여했던 회사원 권동근(27·경기 부천시) 씨는 “게임의 제작 방향과 다른 개인적 의견은 커뮤니티의 토론 수렴 과정에서 사라지고 전문가 수준의 논리적 의견으로 집약된다”고 말했다.

○게임의 소비자에서 완성자로…프로슈머 베타족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의 규모는 4조3155억 원. 이 중 온라인 게임이 1조186억 원을 차지했다. 온라인 게임의 시장 점유율은 2001년 8.8%에서 2004년 23.6%로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2005 대한민국게임백서). 현재 2000여 개의 게임업체가 1693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국내 게이머를 놓고 경쟁 중이다.

넥슨, 웹젠, 한빛소프트 등 주요 게임업체는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베타족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선발단계부터 예전의 선착순이 아닌 엄격한 절차를 거친다.

넥슨의 온라인 게임 ‘제라’의 경우 베타테스터 999명 모집에 17만 명이 몰려 18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넥슨은 지원자 중 전문성 위주로 베타족을 뽑았다. 한빛소프트의 경우는 아예 객관식, 주관식 시험을 봤을 정도.

베타족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금전적 보상은 없다. 온라인 게임 ‘썬’을 개발 중인 ‘웹젠’의 김영화 게임 마스터는 “베타족은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수행하는 전형적인 프로슈머(Prosumer·생산자와 소비자의 결합)”라며 “한국이 중국 등 경쟁 국가의 온라인 게임보다 우수하고 섬세한 게임을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는 존재”라고 평가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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