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민원서류 해킹 충격]건물-땅주인 바뀔수도

  • 입력 2005년 9월 2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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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인터넷 부동산 등기부 등본에는 국민과 기업의 부동산 관련 정보가 모두 담겨 있다. 따라서 이것이 위조 또는 변조된다는 것은 재산의 소유 관계가 불분명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 보안업체가 보안 안전성을 확인해 본 결과 대법원의 인터넷 등기부 등본은 ‘위변조의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초보적 수준의 컴퓨터 문서작업 지식만 있다면 행정자치부의 인터넷 민원서류를 위조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쉬운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더구나 등기부 등본 위변조는 재산권 문제와 직결돼 있어 출생지와 주민등록번호, 가족관계 등 개인정보가 바뀌는 행자부 인터넷 민원서류와 비교할 때 질적으로도 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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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부 등본이 위조되면

만약 A 씨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를 팔기 위해 대법원의 인터넷 등기소에 접속해 간단한 위변조 작업으로 이 아파트에 대한 근저당 설정 금액을 1억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낮췄다고 가정하자.

아파트를 사는 사람은 자신이 떠안는 부채가 실제로는 1억 원이어서 9000만 원의 손해를 볼 수 있다.

채권 채무의 주체가 완전히 바뀌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B건물에 대한 근저당 설정권자를 C은행에서 D은행으로 바꿔 버리면 된다.

등기부 등본의 위변조가 만연하면 이런 사태는 무수히 벌어질 수 있다.

○대법원, 왜 뚫렸나

최근 문제가 된 행자부 인터넷 민원서류 조작은 특정 프로그램을 이용해 행자부 서버에서 개인의 컴퓨터까지 오는 정보를 중간에 가로채 위변조하는 것. 따라서 별도의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의 등기부 등본 서류는 프로그램 제작상의 오류가 원인이어서 별도의 해킹 프로그램이 없이도 정보를 가로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원래 위변조가 불가능하려면 대법원의 인터넷등기소에 접속한 뒤 이 문서가 출력될 때까지는 절대로 누구도 내용을 수정할 수 없어야 한다. 하지만 대법원의 현행 프로그램은 등기부 등본이 중간에 PC에 저장된다는 것이 커다란 문제다.

정보보안업체 관계자는 “대(對)국민 서비스가 시작된 뒤 2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이런 오류가 남아 있을 정도로 단순한 ‘허점’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거래 당사자의 확인 절차가 필수

가장 확실한 보안장치는 거래 당사자나 행정기관, 금융회사 등에서 직접 인터넷에 접속해 인터넷으로 출력해 온 등본과 비교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반 국민의 보안의식이 거기까지 이르지 못한다. 인터넷 출력본을 원본과 확인하는 경우는 전체 발급서류 10건 가운데 1건도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전자정부 사업에 참여해 온 한 시스템통합(SI) 업체 관계자는 “일반 국민은 주민등록등본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정부가 공인했다고 믿고 무조건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며 “전자 정부 사업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국민이 믿고 안심할 수 있는 보안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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