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기간당원들 “한나라의 트로이목마 축출”

  • 입력 2004년 12월 22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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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입법의 '합의처리'에 합의한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를 '당에서 축출하자'는 열린우리당 기간당원들의 글이 당 홈페이지에 줄을 이어 파문이 일고 있다.

ID ‘지나랑'을 쓰는 한 기간당원은 22일 열린우리당 당원게시판에 올린 ‘이부영 의장을 당원소환제로 축출하자’는 글을 통해 “기간당원은 선출직 당직자의 소환을 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지도부를 소환해야 한다”며 “한나라당 구애 세력들에게 출당조치를 내리자”고 주장했다.

이 글은 당원게시판에 게재된지 4시간여만에 백여명의 당원이 댓글로 찬성의사를 밝히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 당원은 “우리가 탈당하자는 얘기도 있는데 그건 답이 아니다”며 “우리들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열린우리당을 접수하자. 트로이 목마를 축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당원들은 “우선 내부부터 개혁을 이루고 난 뒤 그때 개혁을 이야기하자”고 주장하는가 하면, “당의장 뿐만 아니라 지도부 전체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또 다른 당원은 “역사의 죄인이 되려 한다”며 “뭐가 중요하고,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들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게 이 나라의 큰 병폐”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기간당원은 당행사에 매년 1회이상 참여하고 2천원 이상 당비를 납부하는 열린우리당의 진성당원으로 모두 10만명에 이른다. 이들의 '파워'가 당내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사태의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열린우리당 당헌당규에는 기간당원들이 선출직 당직자의 소환을 요구할 수 있도록 권리를 규정하고 있지만, 소환 요건과 절차 등 세부사항은 명문화되지 않고 있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與 강경파 “농성 안풀겠다” 지도부에 반발▼

임시국회가 22일 정상화됐다. 10일 소집된 지 13일 만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행정자치위원회 건설교통위원회 등에 참여했다.

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22일 양당 지도부가 전날 4인 대표회담을 통해 합의한 대로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후속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4인 대표회담 결과 때문에 심한 후폭풍에 시달렸다. 4대 법안을 ‘합의처리’하기로 한 데 대해 당내 비난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당 홈페이지엔 ‘지도부 사퇴’ ‘당원 소환’을 주장하는 당원들의 글이 올랐다.

그동안 4대 입법의 연내 관철을 요구하며 농성해 온 강경파들은 이날 4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합의문은 항복문서나 다름없다”며 이부영(李富榮) 의장과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에게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조경태(趙慶泰) 의원은 “다수결의 원칙을 배제하고 있는 합의 결과는 무효”라고 반발했고, 정봉주(鄭鳳株) 의원은 “29일 본회의 전날까지 상임위에서 4대 법안 처리가 안 되면 직권 상정이라도 한다는 원칙을 세우라”고 지도부를 압박했다.

유기홍(柳基洪) 의원은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를 주장하며 감정에 북받쳐 흐느끼기도 했다. 김태홍(金泰弘) 의원은 “국보법 폐지를 위해 31일 밤 12시까지 밥을 굶더라도 싸우겠다”고 말했다. 강경파들은 농성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에 이 의장은 “협상을 하면 여당은 보따리를 푸는 입장이고 야당은 조금이라도 얻어가려 한다”며 “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이번 국회는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임했다”고 이해를 구했다. 천 원내대표는 “이로써 법안들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연말까지 최대한 성과를 내도록 받쳐 달라”고 단합을 호소했다.

또 이용희(李龍熙) 의원은 “협상은 원래 주고받는 것”이라고 했고, 한명숙(韓明淑) 의원은 “지금은 지도부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라고 하는 등 중진들이 나서서 지도부를 엄호해 격앙된 분위기를 가까스로 가라앉혔다.

열린우리당은 상임위 활동을 통해 국보법을 비롯한 4대 법안과 민생 경제관련 법안을 연내에 통과시키는 데 당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나라당과의 견해차가 여전히 큰 상태여서 쟁점 법안들이 순조롭게 처리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상당수 의원들이 “30일 (4대 입법 처리에 관한) 성적표를 보고 얘기하자”고 벼르고 있어 법안 처리 상황에 따라서는 당의 내홍이 더욱 깊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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