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인터넷 폭로

  • 입력 2004년 8월 20일 18시 50분


코멘트

냉장고의 출현과 함께 식품의 생산과 소비 행태가 달라진 것처럼 인터넷은 뉴스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법을 바꿔놓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누구나 기자가 되고 작가가 될 수 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순식간에 전 세계의 사람들과 연결된다. 과거에는 단순히 뉴스의 소비자였던 사람들이 지금은 뉴스의 생산자가 된 것이다. 수많은 웹 사이트에서 네티즌들은 무언가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무엇이든지 쓰고 있다.

▷네티즌들은 뉴스를 세상에 알리는 첫번째 사람이 되려는 열망이 강하고 뉴스의 질이나 정확성은 그 다음이다. 기자로서의 교육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정보를 증명하거나 뉴스원을 확인하기도 전에 자판을 두들기기에 바쁘다. 그들이 올린 뉴스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의견과 기사의 구분이 애매하고 정확성과 객관성의 기준도 모호하다. 기사의 오류를 바로잡는 문지기(gatekeeper)도 없다. 글을 쓰는 네티즌 혼자서 기자이자 편집자이고 논설위원이자 발행인이다.

▷최근 인터넷이 과거사 진상 규명을 주도하는 인상을 준다. 특정 개인이나 집안을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들이 제각각 글을 쓸 수 있는 매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끔찍하지 않은가.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의 부친에 관한 일도 한 네티즌의 문제 제기가 발단이 됐다. ‘월간 신동아’가 이를 확인 취재해 신 의원 부친이 일제의 헌병 오장(伍長)을 했던 사실을 특종으로 터뜨렸다. 이 일이 있은 후 대권주자 또는 중진의원들의 부친에 관한 미확인 소문이 인터넷에서 아무런 통제 없이 유포되고 있다. 어디까지 사실이고 허위인지 확인할 길도 없다.

▷인터넷은 우리네 삶에 영향을 미치며 계속 성장할 매체다. 인터넷 언론은 빛과 그늘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에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만 인터넷 글쓰기에도 지켜야 할 몇 가지 가이드라인이 있다. 첫째,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에 알리기 위해 글을 쓰라는 것이다. 둘째, 인터넷에 올린 글은 다이아몬드처럼 영원성을 갖기 때문에 거듭 신중하게 생각하라는 것이다. 셋째, 정직하고 정확하게 써야 한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