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미자 검출장치 확보하면 한국도 노벨상수상 가능할 것”

  • 입력 2004년 6월 15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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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김수봉 교수가 중성미자 검출기의 전자신호를 처리하는 전자기판을 들고 있는 모습. 자체 개발한 이 전자기판은 300개로 이번 실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배경의 장비들은 이들 전자기판을 테스트하는 데 쓰였다.
서울대 김수봉 교수가 중성미자 검출기의 전자신호를 처리하는 전자기판을 들고 있는 모습. 자체 개발한 이 전자기판은 300개로 이번 실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배경의 장비들은 이들 전자기판을 테스트하는 데 쓰였다.
태초에 만들어진 후 거의 빛의 속도로 돌아다닌다. 우주 어디에나 있지만 ‘보기’가 쉽지 않다. 1957년 처음 발견됐지만 최근까지 질량이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우주의 비밀을 간직한 수수께끼 입자 중성미자에 대한 얘기다.

12일 한국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이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진다는 사실을 확실히 입증하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50년 가까이 진행된 중성미자 질량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는 물리학 이론이 바뀌어야 함을 뜻한다.

중성미자는 1988년, 1995년, 2002년 세 차례의 노벨물리학상 수상 업적의 중심이 된 ‘복덩어리’ 입자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도 또 다른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이 노벨상을 수상할 수도 있다는 뜻일까. 이번 국제공동연구의 한국측 책임자로 참여한 서울대 물리학부 김수봉 교수는 “이번 실험에 한국 과학자가 20명 정도 참여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지만 노벨상 수상까지는 힘들다”며 “국제공동연구팀을 이끈 총책임자인 일본의 니시카와 고이치로 교수가 수상자로 유력하다”고 말했다.

1980년대 중반에 김 교수는 2002년 노벨상을 받은 일본의 고시바 마사토시 교수와 함께 태양에서 나오는 중성미자를 연구했다. 당시에도 노벨상 수상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는 김 교수는 “일본은 수천억원씩 투자하며 중성미자 검출장치를 만들어 국제적 연구를 주도했기 때문에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이번 실험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검출기의 전자신호를 처리하는 전자기판 300여장을 설계하고 제작했다. 김 교수는 “한국이 일본에 비해 기술력이나 아이디어가 떨어지지는 않는다”며 “한국이 노벨상을 수상하려면 우리에게도 중성미자 검출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울진, 영광 등에 있는 원자력발전소를 답사했다. 국내 원자력발전소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규모 발전 용량을 갖고 있어 매우 많은 중성미자를 방출하는 원천이기 때문. 그는 “발전소 주변에 약 100억원을 들여 중성미자 검출장치를 설치해 중성미자를 더 자세히 연구하면 국내에서도 노벨상에 도전할 만한 업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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