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네비게이션 수술…3차원 영상으로 족집게 수술한다

  • 입력 2004년 2월 22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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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차원’으로 수술한다.” 뇌질환 축농증 등을 치료하는 수술실이 변하고 있다. 인공위성을 이용해 선박이나 자동차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위성항법장치인 ‘네비게이션’이 수술실에 도입됐기 때문이다.

네비게이션 수술은 두 단계로 설명된다. 먼저 환자의 수술부위에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통해 영상정보를 컴퓨터에 입력시킨다. 이어 환자 몸에 붙인 센서와 탐침기(센서감지기)를 이용해 현재 수술위치나 병소(病巢)를 2mm 오차 범위 내에서 3차원 영상으로 표시해 준다.

이렇게 하면 건강한 부위는 피하고 병소만 제거하는 정확한 수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현재 활용되고 있는 네비게이션 수술분야와 전망 등을 알아봤다.

▽뇌, 척추수술=가장 먼저 네비게이션을 적용한 분야는 뇌질환 분야다.

한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네비게이션(오른쪽)기기를 이용해 목부위 척추 수술을 하고 있다.

1997년경 국내에 도입돼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것은 2000년부터다. 뇌 조직은 약간만 손상돼도 치명적이므로 뇌 깊은 부분에 병소가 있을 때 네비게이션을 사용하면 수술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뇌종양이나 뇌혈관질환 등의 치료에 주로 사용된다.

척추 수술에는 나사못을 척추뼈에 박아 고정시킬 때 네비게이션이 이용된다.

물론 단점도 있다. 수술 전 찍은 영상이 컴퓨터에 입력되므로 실제 수술할 때의 상태와 달라 약간의 오차가 생긴다. 외국에선 이러한 오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수술 중에 MRI 등으로 다시 찍는다.

▽인공무릎관절수술=인공무릎관절수술은 닳아 없어진 원래의 연골 대신에 인공연골을 뼈 사이에 끼워주는 것이다. 네비게이션 수술은 2001년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먼저 도입했다.

이 수술에서는 CT를 찍는 대신 환자의 넙다리뼈나 정강뼈에 3차원 위치 센서를 박는다.

의사는 이 센서를 감지하는 투시카메라를 통해 뼈의 각도 두께 간격 등을 영상화된 화면을 보면서 수술한다. 수시로 모니터를 확인해야 하므로 수술시간이 10∼20분 정도 길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축농증=98년 분당제생병원에서 먼저 시작했다. 축농증은 코 주위 머리뼈 속의 빈 공간(부비동)에 분비물이 고여 염증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부비동은 구조가 복합한데다 뇌와 눈에 가까이 있어 자칫 시신경 손상이나 뇌막염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때 네비게이션을 이용하면 3차원 영상을 통해 수술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므로 부작용을 최소로 줄일 수 있다. 축농증 수술 뒤 재발했거나 선천적으로 부비동의 구조에 이상이 있을 경우, 부비동염이 넓게 퍼져있거나 물혹이 많을 때 네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 치료한다.

▽전망=네비게이션 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 안돼 기존 수술에 비해 50만∼60만원 정도를 추가 부담해야 된다. 그러나 종전에는 미세수술로 접근하기 힘든 부위도 접근할 수 있어 최소절개로 수술하는 외과분야엔 대부분 응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네비게이션을 이용해 의사가 수술하지만 앞으로는 이것마저도 로봇이 대신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뇌수술 분야에서 네비게이션과 로봇팔이 결합된 수술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도움말=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희원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김태균 교수, 분당재생병원 이비인후과 정덕희 교수, 고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채인정 교수)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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