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불임치료 성공률 50% 높아졌다

  • 입력 2004년 2월 22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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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P씨(38)는 결혼한 지 10년이 넘도록 아이를 갖지 못했다. 세 번이나 임신을 했지만 자연유산과 자궁외 임신으로 모두 실패했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임신부 곁을 스칠 때면 절로 눈물이 났다. 누군가가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농담을 할 때면 증오심이 일기도 했다.

지푸라기라도 붙잡자는 심정으로 시험관아기를 갖기로 했다. 불임치료를 위한 기초검사를 했다. 그러나 예감이 좋지 않았다. 난자 상태가 나빴던 것이다. 보통 인공수정을 하려면 한 번에 7∼10개의 난자를 채취해야 한다. P씨는 나이가 들어 4개의 난자만이 채취된 것이다. 그나마 2개의 난자는 건강상태도 좋지 않았다.

첫 번째 시도. 수정란의 착상 과정에서 실패했다. 두 번째는 착상이 제대로 이뤄졌지만 자연유산이 됐다. 절망이었다. 그러나 용기를 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P씨는 마음을 다잡고 병원에 입원했다.

시험관아기 시술에 도전한 지 2년여. 마침내 P씨의 아이가 세상에 나왔다. 쌍둥이였다. 감사합니다. P씨는 앞으로의 삶은 아름다울 것이란 생각을 하며 행복감에 빠져 들었다.》

▽불임, 제대로 알자=200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전체 부부의 13.5%가 불임이다.

불임의 원인은 남편과 아내에 각각 절반씩 있다. 생식기관 기형, 정자 및 난자 이상 등 원인도 다양하다. 그런데도 ‘칠거지악(七去之惡)’을 들이대며 아내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은 곤란하다. 실제 남편에게 문제가 있는데도 아내에게 치료를 강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불임검사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그러나 정작 시험관아기 시술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비용만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른다. 그나마 보건당국이 불임 치료의 보험 혜택을 늘리겠다는 발표가 있어 불임부부에게 작은 위안이 되고 있다.

시험관아기 성공 이후 세상을 뒤흔들만한 치료법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임신성공률은 종전의 30%에서 40∼50%까지 높아졌다. 체외 수정과 자궁 내 착상의 정확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물론 건강한 여성의 난자를 기증받는 경우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널리 이용되지 않고 있다.

▽성공률을 높여라=최근 가장 각광을 받는 방법은 ‘난자 내 정자 주입술(ICSI)’이다. 남편에게 문제가 있을 때 시도한다. 건강한 정자를 골라 난자 내부에 직접 주입해 수정이 이뤄지도록 한다. 평균성공률이 50%에 육박한다.

착상 전 수정란의 일부를 떼어내 유전자 이상을 검사하는 ‘배아유전자 진단(PGD)’도 확대되는 추세다. 유전적 결함이 있는 수정란을 버리고 건강한 수정란을 착상시켜 기형아 출산을 막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성 감별 등 윤리적인 논쟁이 남아있다. 미성숙 난자를 채취해 성숙시킨 뒤 정자를 주입하는 방법도 늘고 있다. 또 난자를 채취한 뒤 냉동했다가 나중에 꺼내 쓰는 난자은행도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해동된 난자를 이용했을 때의 임신성공률은 10∼20%로 낮은 편이다.

시험관에서 수정된 배아 중 일부를 냉동한 뒤 나중에 꺼내 이식하기도 한다. 배아 이식을 통한 임신성공률은 30% 정도다.

현재 정자가 만들어지기 전 단계인 정원세포를 배양해 정상 정자로 키우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 연구가 성공하면 남성 쪽 불임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또 난소조직을 떼어 내 정상 난자를 만드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불임 위험, 미리 막자=불임의학자들은 선천적 원인이 아닌 경우 나이, 비만, 흡연, 성병을 불임의 4대 요인으로 꼽는다. 평소 주의하면 임신성공률을 어느 정도 높일 수 있다는 것.

여성은 200만개 정도의 난자를 가지고 태어나며 추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난자는 사춘기 때 20만∼30만개로 줄어들고 40세 이후에는 얼마 남지 않는다. 시험관아기 성공률은 30대 초반 50∼60%에서 30대 중반 30%, 40대 초반 20%로 급격히 떨어진다. 40대 후반에 들어서면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불임의 징후가 있다면 30대 중반 이전에 병원을 찾는 게 좋다. 남성은 정자가 계속 생산되므로 나이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불임의 원인 중 12% 정도가 여성 비만 때문이다. 체지방이 많으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과도하게 분비돼 일종의 ‘피임제’ 역할을 한다. 불임여성이라도 살을 빼면 다시 임신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체지방이 지나치게 적어도 생리주기가 불규칙적으로 되면서 임신이 안 될 수 있다.

여성 흡연은 치명적이다. 영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 불임의 13%가 흡연과 관계가 있었다. 성병을 앓고 난 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나팔관 손상 등으로 불임이 되기도 한다.

(도움말=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윤태기 교수, 을지병원 불임폐경기센터 김세웅 교수, 삼성제일병원 비뇨기과 서주태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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