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애널리스트 신뢰성 도마위에…증시분석가 강도짓 충격

  • 입력 2004년 1월 13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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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 유명세를 떨치던 증시분석가가 강도 강간 혐의로 체포된 사건으로 사이버 애널리스트의 신뢰성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4월 이후 21차례에 걸쳐 11억7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는 한모씨(44)는 ‘하누림’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던 사이버 애널리스트. 증권정보 제공 사이트 P사의 이사로 활동하며 케이블방송에도 ‘재야 고수(高手)’로 자주 출연했던 인물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그가 치밀하게 강도 범행을 계획하고 피해 여성의 입을 막기 위해 강간 및 나체 사진 촬영까지 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과거 11년간 복역한 전과가 이번에 새로 드러난 것에 대해서도 “충격이다”는 반응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순한 인상이었고 증시 관련 지식도 전문적이어서 그런 범죄자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P사측은 “2001년 말 주식 전문가 영입이 시급했을 때 이사급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제대로 경력 확인을 못했다”며 “서울 소재 대학을 나와 증권사에서 10년 동안 일했다는 한씨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고 털어놨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검증받지 않은 사이버 애널리스트들이 전문가 대접을 받으며 활동할 수 있는 현 증시 문화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단발적인 소재에 좌우되는 개미들의 투기적 매매, 효과가 기껏 며칠간 유지되는 투자 정보에의 의존, 증권정보 제공업체간 과당 경쟁 등이 이들에게 설자리를 마련해 줬다는 것.

그러다 보니 증시분석가의 윤리성도 종종 논란거리가 된다. 지난해 8월에는 방송에 출연해 매수 추천을 하는 방식으로 주가 조작을 한 사이버 애널리스트 6명이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모 증권사 투자분석부장은 “사이버 애널리스트들은 제도권이 분석하지 못하는 수백개의 소외종목을 발굴해 준다는 장점도 있다”며 “그러나 능력 검증이 어렵고 대부분이 기술적 분석에 치중해 투자자를 오도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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