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장애인 도우미'…과기원 재활로봇 전시회

  • 입력 2003년 4월 27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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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과 발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인 후자와 다카시가 턱으로 로봇팔을 조종해 빵을 포크로 찍어 먹고 있다. -대덕=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손과 발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인 후자와 다카시가 턱으로 로봇팔을 조종해 빵을 포크로 찍어 먹고 있다. -대덕=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밥 먹여주는 로봇, 눈빛으로 움직이는 휠체어, 안경 닦는 로봇….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간친화복지로봇시스템 연구센터는 최근 대강당에서 재활로봇 학술회의를 열고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돕는 국내외 재활로봇들을 전시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일본 세콤사가 개발한 식사 도우미 로봇이었다. ‘마이 스푼(My Spoon)이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식탁에 고정된 로봇팔에 수저와 포크가 달려 있어 손을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팔이 입술에 부딪히면 자동으로 멈춘다. 장애인은 턱으로 조이스틱을 움직여 로봇을 조종할 수 있다. 이 회사의 사이토 아스카는 “이 로봇의 가격은 약 380만원”이라며 “정부가 병원에 이 로봇을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에게 다리가 될 휠체어 로봇도 많이 선보였다. KAIST 변증남 교수님이 개발한 휠체어 로봇 ‘KARES Ⅱ’는 손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을 위해 눈동자나 어깨의 움직임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로봇의 카메라가 눈동자의 움직임을 읽고 어깨의 동작은 센서가 파악한다. 또한 변 교수는 휠체어와 함께 끌고 다니며 물컵을 집는 등 간단한 작업을 할 수 있는 로봇팔도 선보였다.

산재의료원 재활공학연구소도 고갯짓으로 방향을 바꾸고 초음파를 이용해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 휠체어 로봇을 선보였다. 연세대 의공학연구소도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는 의족 로봇을 선보였다. 네덜란드 이그잭다이나믹스사는 안경을 닦고, 가게에서 물건을 집으며, 개와 공던지기 놀이까지 할 수 있는 로봇팔을 전시했다.

이 전시회에는 20년 전 교통사고를 당한 뒤 두 손과 발을 쓰지 못해 휠체어 로봇을 타고 다니는 일본인 후자와 다카시가 세콤사의 초청으로 방문했다. 후자와씨는 “휠체어 로봇은 20년 동안 언제나 나와 같이 한 친구였다”며 “내 손처럼 얼굴을 닦거나 몸을 긁을 수 있는 로봇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AIST 변 교수는 “앞으로 장애인의 생활을 돕는 도우미 로봇뿐만 아니라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로봇도 활발하게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덕=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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