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당선자는 선거 기간에 대덕, 진주/사천, 광주, 오송/오창, 강릉, 아산/천안 6곳을 과학기술특구로 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영종도, 송도, 김포매립지 등 인천국제공항과 인접 지역에 경제특구를 조성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과기부가 17일 대덕연구단지에서 전문가회의를 열어 마련한 ‘국가연구개발특구법’ 제정 계획에 따르면 특구에 입주하는 국내외기업, 대학, 연구소에 대해 조세 감면, 공동연구장비 확충, 특별연구개발 및 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하며, 병원 학교도 들어선다. 또 특구에 정부출연연구소 분원을 설치하고 특구 내 기업에는 전문연구요원을 우선 배정하며 해당 지역의 대학출신자를 고용하는 경우 인건비의 일부까지도 지원하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과기부는 새로운 첨단산업단지보다는 이미 조성이 끝난 단지의 연구개발을 활성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특구를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과학·기술·연구를 표방하는 단지는 11개. 이 중 과기부가 검토 중인 특구 지정 요건에 해당하는 100만㎡ 이상의 단지, 분양률 30% 이상인 단지는 대덕연구단지, 광주첨단단지, 오송의료산업단지/오창과학산업단지, 아산테크노컴플렉스단지, 전주첨단과학산업단지 등 6곳이다.
과기부는 대덕연구단지를 종합연구개발특구로 우선 지정하고 지역특화산업·기술과 연계해 5∼6개 정도의 단지를 전문연구개발특구로 지정해 2004년부터 특구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과기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10명의 전문가가 특구위원회를 구성해 선정과 심의를 할 계획이다. 과기부는 특구를 재경부의 경제자유지역, 산자부의 지역별 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과 연계해 추진할 예정이다.
과학기술특구 구상을 처음 내놓은 인물은 삼성전자 진대제 사장. 진 사장은 지난해 대통령 자문기구인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중국 급부상에 따른 과학기술전략’을 마련해 보고하면서 외국기업의 연구개발시설 유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외국기업의 연구소나 첨단시설에 대해 세금과 임대료 혜택, 무비자입국 등 획기적인 우대 조치를 취하는 ‘외국기업 과학기술특구법’을 제정해 외국기업의 중국 진출에 한국 기업과 과학기술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진 사장은 “입지로는 기술집중 지역인 수도권에 인접하고 중국과 가까운 영종도나 김포매립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국내기업의 첨단기술 개발시설에 대해서도 같은 혜택을 부여하도록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한국과학기술원 신성철 교수(물리학)를 중심으로 대덕연구단지 내 과학기술자들이 대덕을 과학기술특구로 지정하자는 운동을 벌여왔으며, 이회창 후보도 대덕 과학기술특구를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실리콘 밸리의 성공 이후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경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정부 주도의 각종 특구 및 기술거점 조성사업은 상당한 ‘하이테크 거품’이 끼어 있다는 해외언론의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방마다 첨단산업단지가 우후죽순 생겼지만 단지 분양률은 매우 저조하다. 과학기술특구로 지방화와 기술혁신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는 노 당선자의 구상은 치밀한 준비 없이는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신동호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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