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특구 5~6개 만든다

  • 입력 2003년 1월 19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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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830만평의 넓은 땅에 정부와 민간연구소가 입주한 대덕연구단지. -사진제공 대덕전문연구단지관리본부
한국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830만평의 넓은 땅에 정부와 민간연구소가 입주한 대덕연구단지. -사진제공 대덕전문연구단지관리본부
《과학기술부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인 과학기술 특구 지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노 당선자가 추진 중인 과학기술 특구는 수도권으로의 지방 우수 두뇌 유출을 막고 특구를 지방산업 및 지방대학과 연계해 지역기술혁신의 거점으로 발전시킨다는 데 일단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동북아 시대의 거점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외국의 첨단기술 연구 생산시설을 유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중국과 가까운 수도권 지역인 영종도나 김포매립지에 특구를 둬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과기부는 8일 인수위가 국가과학기술특구 조성 방안을 마련토록 요청함에 따라 특별법의 골격을 만들어 21일 인수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노 당선자는 선거 기간에 대덕, 진주/사천, 광주, 오송/오창, 강릉, 아산/천안 6곳을 과학기술특구로 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영종도, 송도, 김포매립지 등 인천국제공항과 인접 지역에 경제특구를 조성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과기부가 17일 대덕연구단지에서 전문가회의를 열어 마련한 ‘국가연구개발특구법’ 제정 계획에 따르면 특구에 입주하는 국내외기업, 대학, 연구소에 대해 조세 감면, 공동연구장비 확충, 특별연구개발 및 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하며, 병원 학교도 들어선다. 또 특구에 정부출연연구소 분원을 설치하고 특구 내 기업에는 전문연구요원을 우선 배정하며 해당 지역의 대학출신자를 고용하는 경우 인건비의 일부까지도 지원하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과기부는 새로운 첨단산업단지보다는 이미 조성이 끝난 단지의 연구개발을 활성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특구를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과학·기술·연구를 표방하는 단지는 11개. 이 중 과기부가 검토 중인 특구 지정 요건에 해당하는 100만㎡ 이상의 단지, 분양률 30% 이상인 단지는 대덕연구단지, 광주첨단단지, 오송의료산업단지/오창과학산업단지, 아산테크노컴플렉스단지, 전주첨단과학산업단지 등 6곳이다.

과기부는 대덕연구단지를 종합연구개발특구로 우선 지정하고 지역특화산업·기술과 연계해 5∼6개 정도의 단지를 전문연구개발특구로 지정해 2004년부터 특구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과기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10명의 전문가가 특구위원회를 구성해 선정과 심의를 할 계획이다. 과기부는 특구를 재경부의 경제자유지역, 산자부의 지역별 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과 연계해 추진할 예정이다.

과학기술특구 구상을 처음 내놓은 인물은 삼성전자 진대제 사장. 진 사장은 지난해 대통령 자문기구인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중국 급부상에 따른 과학기술전략’을 마련해 보고하면서 외국기업의 연구개발시설 유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외국기업의 연구소나 첨단시설에 대해 세금과 임대료 혜택, 무비자입국 등 획기적인 우대 조치를 취하는 ‘외국기업 과학기술특구법’을 제정해 외국기업의 중국 진출에 한국 기업과 과학기술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진 사장은 “입지로는 기술집중 지역인 수도권에 인접하고 중국과 가까운 영종도나 김포매립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국내기업의 첨단기술 개발시설에 대해서도 같은 혜택을 부여하도록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한국과학기술원 신성철 교수(물리학)를 중심으로 대덕연구단지 내 과학기술자들이 대덕을 과학기술특구로 지정하자는 운동을 벌여왔으며, 이회창 후보도 대덕 과학기술특구를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실리콘 밸리의 성공 이후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경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정부 주도의 각종 특구 및 기술거점 조성사업은 상당한 ‘하이테크 거품’이 끼어 있다는 해외언론의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방마다 첨단산업단지가 우후죽순 생겼지만 단지 분양률은 매우 저조하다. 과학기술특구로 지방화와 기술혁신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는 노 당선자의 구상은 치밀한 준비 없이는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신동호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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