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서 목소리커지면 전기충격…“이런 휴대전화 어때요”

  • 입력 2003년 1월 17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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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의 반(反)사회성을 교정하도록 고안된 ‘당돌한’ 디자인의 단말기가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았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18일자)에서 “공간 제약 없이 의사소통할 수 있게 해 사회성을 함양해야 할 휴대전화가 반대로 반사회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대상 수상작 ‘소모(SOMO)’를 소개했다. ‘소모’란 ‘Social Mobiles’의 약자로 ‘사회적으로 적합한 단말기’란 뜻이다.

‘소모’를 만든 사람들은 미국의 산업디자인 전문업체 ‘이데오’사의 크리스핀 존스 등으로 이들은 휴대전화 에티켓을 지킬 수밖에 없도록 만든 5가지의 모델을 출품했다. 상업화가 목적이 아니라 휴대전화의 반사회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고안했다는 것이 존스씨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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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 1’은 통화를 하는 사람이 필요 이상으로 목소리를 높여서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경우 단말기가 뺨에 전기충격을 주도록 돼 있다. 뺨이 얼얼해지고 싶지 않다면 목소리를 낮춰야 한다. ‘소모 2’는 미술관 등 떠들면 안 되는 공공장소에서 이용하도록 고안됐다. 조이스틱과 버튼키로 음성 통합을 할 수 있어 말하지 않고도 간단한 통화가 된다.

‘소모 3’은 피리를 불 듯이 전화를 건다. 음조가 전화번호를 대신하는 것. 전화 한 번 걸려면 주변사람들이 다 쳐다볼 것이므로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되도록 전화를 삼가게 된다.

‘소모 4’는 긴급한 전화일 때만 노크소리와 같은 발신음이 울리도록 했다. ‘소모 5’는 옆사람의 전화기에 소음을 쏠 수 있는 장치. 옆 사람이 시끄럽게 통화한다면 가차없이 경고 소음을 날릴 수 있다.

1988년만 해도 국내에서 판매된 모토로라 단말기가 240만원이나 할 정도로 이동전화는 부의 상징이었다. 아날로그 이동전화가 1978년 미국에서 시범 서비스된 지 20여년이 된 올해 세계 이동통신 가입자는 15억1142만3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휴대전화가 보편화되면서 유용성만큼이나 휴대전화 공해로 인한 피해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일본 오사카에서는 이동전화 교환국이 4시간 동안 마비됐다. 발신자 표시 서비스를 악용한 사례. 광고업자들이 수천명에게 전화를 걸어 벨이 한번만 울리면 끊어버린다. 수천명의 휴대전화에는 발신자 번호가 남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중요한 전화를 놓쳤을까봐 남겨진 번호에 전화를 건다. 그러면 바로 광고방송이 흘러나온다.

이 밖에도 위치 추적 서비스가 부부나 애인들이 파트너를 감시하는데 사용되고, 카메라가 내장된 단말기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몰래 사진을 찍는 데 이용되는 등 첨단 휴대전화를 통한 사생활 침해의 우려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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