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전문가 경고 “석유 부족시대 수년내 온다”

  • 입력 2003년 1월 12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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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겔젠키르헨시에 있는 다국적 석유회사 쉘사의 태양광전지 공장. -사진제공 에너지대안센터
독일 겔젠키르헨시에 있는 다국적 석유회사 쉘사의 태양광전지 공장. -사진제공 에너지대안센터
미국과 이라크 간의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지난해 초 20달러였던 유가(油價)가 3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번 유가 급등은 전쟁에 대비한 석유 비축 경쟁이 빚어낸 일시적 현상이지만 몇 년 내에 저유가 시대가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를 정점으로 인류는 지구상의 석유를 딱 절반 써버렸으며, 앞으로 몇 년 내에 석유생산 감소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다국적 석유회사까지 태양전지판 생산에 뛰어드는 등 대안 에너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석유회사 쉘에서 일했던 지질학자 케니스 데페이에스의 분석에 따르면 석유 생산은 2003년에 정점에 도달한다. 그러나 지구상의 석유 채굴 가능량은 약간의 오차가 있어 실제 석유생산량이 최고점에 도달하는 것은 2004∼2008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데페이에스의 책은 최근 ‘파국적인 석유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는 제목으로 국내에서도 발간됐다.

역시 쉘 연구소에서 일하다가 페트로컨설턴트라는 석유자원분석회사로 자리를 옮긴 콜린 캠벨도 비슷한 예측 결과를 내놓고 있다. 페트로컨설턴트는 전세계에서 가장 충실한 산유량과 매장량 자료를 갖고 있어 미국 중앙정보부(CIA)가 이 회사의 최대 고객이다.

캠벨의 예측에 따르면 세계의 채굴가능 석유총량은 1조8000억 배럴. 2001년 말까지 이 중 8730억 배럴을 뽑아냈다. 전세계의 연간 석유소비량은 270억 배럴. 2002년이 지나면서 딱 절반인 9000억 배럴이 사라진 셈이다.

다만 심해석유, 극지방석유, 타르석유의 채굴 가능성까지 따지면 정점에 이르는 시점이 조금 늦어지게 되는 데 이 경우 절반을 써버리는 시점은 2008년께가 된다. 그 뒤부터는 석유생산 감소시대가 된다는 것이다. 해마다 새로 발견되는 유전은 60년대에는 연간 400억 배럴이었지만, 현재는 연간 60억 배럴에 지나지 않다. 파내면 파낼수록 또 발견된다는 신화는 이미 20년 전에 깨져버렸다.

캠벨과 데페이에스는 ‘허버트 정점(頂點)’으로 유명한 지질학자 킹 허버트가 확립한 방법론을 이어받아 석유부존량을 조사해왔다. 미국 쉘연구소 허버트는 1956년에 미국의 산유량이 1970년대 초에 최대값에 달한 후 감소할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한 것으로 유명하다.

석유생산량은 73년과 79년의 1,2차 석유파동 때 잠시 줄었을 뿐 지난 100년 동안 계속해서 늘어왔다. 1차 오일쇼크 때 석유는 배럴당 1.8달러에서 배럴당 11.65달러까지 치솟았고, 석유부족분이 전체 소비의 4∼5%에 불과했던 2차 오일쇼크 때는 배럴당 13달러에서 34달러로 치솟았다.

또 2000년 가을 OPEC가 하루 산유량을 100만 배럴 줄이려 하자 그 여파로 석유가격은 18달러에서 35달러까지 치솟았다. 하루 100만 배럴은 전세계 하루 산유량의 1.4%에 불과한데도 시장을 공황 상태로 몰아넣고 전세계의 석유가격을 두배나 올렸으며 유럽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최근 ‘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를 펴낸 이필렬 교수(에너지대안센터 이사)는 “캠벨 등의 예측곡선에 따르면 몇 년 뒤 산유량은 정점에 도달했다가 매년 2%씩 줄어들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석유 부족은 상시적인 것이 되고 갈수록 경제가 악화돼 혼란은 점점 더 심해지고 국민들의 불만이 비극적인 형태로 폭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쉘은 이미 99년 독일에 세계 최대의 태양광전지 생산공장을 설립했고, 영국석유는 태양광전지 부문의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유가 인상으로 인해 2010년께에는 태양광발전이 경쟁을 갖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SK가 연료전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필렬 교수는 “기름 한방울 안 나는 한국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3배가 넘는 일본 독일과 비슷하다”며 “임기 중 에너지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큰 노무현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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