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對 로봇’… 전쟁이 바뀐다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7시 23분



무인기의 등장으로 ‘로봇 대 인간’의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올 들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본격 투입된 무인기가 스파이 활동은 물론 ‘해외 암살’에도 자주 이용되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은 3일 알 카에다 고위 간부가 탄 차를 예멘 사막의 한 고속도로에서 원격 조작한 무인기로 공격해 6명을 사살했다. 무인정찰기 ‘프레데터’가 사막 한가운데 고속도로 상공을 선회하면서 차량들을 감시하다가 확인된 목표물에 미사일을 발사한 것.

중앙정보국은 2월에도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에서 오사마 빈 라덴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프레데터로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위성을 통해 프레데터를 원격 조작하는 컨테이너형 지상관제소의 모니터 앞에 앉은 정보국 요원들은 큰 키의 남자에게 알 카에다 대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경의를 표하는 것을 보고 그를 라덴으로 추정해 미사일을 쏜 것. 그러나 죽은 사람은 라덴이 아니었다.

3월 프레데터는 아프가니스탄의 산악지대에서 이륙 중 추락한 헬기에서 빠져나오던 미군 6명과 조종사 1명이 알 카에다 저격수들에 의해 차례로 숨져 가는 장면을 미군 본부로 생중계해 충격을 주었다. 이때부터 프레데터는 ‘하늘의 CNN’이란 별명을 얻었다.

제너럴 애토믹스사가 제작한 프레데터는 동체 길이 8.1m, 날개폭 14.8m의 정찰기로 7500m 이하 중(中)고도에서 활동한다. 95년 보스니아전에 처음 선보인 이 무인기는 원래 정찰 목적이었으나 대탱크 미사일인 헬파이어로 무장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투입됐다. 400마일의 행동반경을 가진 프레데터는 위성을 통해 연결된 4대의 무인기와 컨테이너형 지상관제소가 하나의 시스템. 시스템 당 가격은 2500만 달러로, 전투기보다 훨씬 싸다.

미국은 ‘프레데터’의 형이라 할 수 있는 고(高)고도 정찰기 ‘글로벌 호크’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처음 선보였다. 동체 길이는 13.4m, 날개폭은 35.3m. 24시간 내내 장시간 체공하면서 1200마일의 행동반경을 갖는 노드롭사의 글로벌 호크는 미국의 정찰기 ‘U-2’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프레데터와 글로벌 호크가 정찰용으로 개발된 무인기인 반면 보잉사가 개발한 ‘X-45’는 본격적인 로봇전투기이다. 5월 처녀 비행에 성공한 이 전투기는 날개길이가 10.8m에 불과하지만 1350㎏의 미사일을 적재해 유인 전투기를 뺨칠 정도다.

항공우주연구원 최성욱 박사는 “미국은 무인기 개발프로그램(TIER)에 94년부터 지금까지 약 1000억 달러를 투입해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98년 미국 의회 국방위원회는 2010년까지 침투공격기의 3분의 1을 무인기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첨단 무인기의 등장으로 미국은 피 한방울 안 흘리고 마치 전자오락게임 하듯 세계 어느 곳에서든 손쉽게 암살작전과 국지전을 할 수 있게 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과학기술부가 최근 스마트무인기기술개발사업단(단장 항공우주연구원 임철호 박사)을 구성해 10년 동안 1200억원을 들여 수직이착륙과 자율 비행 능력을 가진 무인기 개발에 착수했다. 동체길이는 3m, 최대 중량 300㎏의 이 무인기는 해안 산불 감시와 범죄 추적 외에 정찰 감시 기만 등 군수 분야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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