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신비 ‘새로운 窓’으로 엿본다

  • 입력 2002년 10월 15일 17시 13분


중성미자를 관측하는 일본의 실험장치 '슈퍼 가미오칸데'내부. 지하 1000m 속에 있다. - 동아사이언스 자료사진
중성미자를 관측하는 일본의 실험장치 '슈퍼 가미오칸데'내부. 지하 1000m 속에 있다. - 동아사이언스 자료사진
1960년대 초만 해도 인류가 우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눈에 보이는 빛, 즉 가시광선이 거의 유일했다. 그러나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3명의 과학자들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빛을 볼 수 있게 해 우주를 향해 ‘새로운 창문’을 열었다. 바로 X선과 중성미자다.

이들의 업적을 통해 인류는 숨겨져 있던 우주 탄생과 진화의 비밀에 한층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됐다. 후배 과학자들은 지금도 자외선과 적외선, 암흑 물질 등 다른 우주의 창문들을 새로 열며 미래의 노벨상에 도전하고 있다.

X선은 주로 별의 죽음과 관계가 많은 빛이다. X선은 지구의 대기에 부딪쳐 반사되거나 흡수되기 때문에 땅에서는 관찰하기 힘들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의 리카르도 지아코니 박사는 1962년 처음으로 X선 망원경을 하늘에 올려 우주의 X선을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별이 죽으면서 만들어지는 블랙홀과 중성자별 주변의 가스들은 서로 마찰하면서 높은 에너지의 X선을 낸다. 초신성이 폭발할 때도 X선이 많이 나온다. 지아코니 박사는 당초 태양의 X선을 관찰하기 위해 X선 망원경을 만들었지만, 이 망원경이 뜻하지 않게 전갈자리에서 나온 강한 X선을 포착해 깜짝 놀랐다. 이 X선은 훗날 중성자별에서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X선 망원경은 산소 등 우주에 있는 무거운 원소의 비율을 알아내는 데에도 활용된다.

X선과 함께 요즘 많이 연구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 자외선과 적외선, 감마선이다.

자외선은 ‘어린 별’이나 ‘늙은 별’에서 많이 나온다. 어린 별은 태어난 지 수백만 년 정도, 늙은 별은 120억 년이 넘은 별들이다. 내년 2월에 발사될 자외선우주망원경 ‘갈렉스’는 미국, 프랑스, 한국이 공동 개발했다. 한국 담당자인 이영욱 연세대 교수는 “갈렉스를 이용해 우리 은하의 탄생 시기와 우주의 나이를 밝혀낼 계획”이라고 기대했다.

적외선은 온도가 낮은 별, 특히 새로 태어난 별에서 많이 나온다. 주위 물질과 반응을 많이 하지 않아 먼 은하를 연구할 때도 도움이 된다. 일본의 적외선 망원경 ‘아스트로-F’계획에 서울대 천문학과 이형목 교수팀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의 또 다른 공적인 중성미자는 빛은 아니지만 우주와 물질의 비밀을 파헤치는데 반드시 필요한 ‘신비의 소립자’다.

중성미자는 핵융합이나 핵분열 반응에서 나온다. 핵융합에서 나온 별빛과 함께 중성미자도 빛보다 조금 느린 속도로 지구에 온다. 중성미자는 주위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지구를 통과해 지나간다. 미국의 레이먼드 데이비스 2세 박사와 일본의 고시바 마사토시 박사가 지하 탄광에서 중성미자를 찾았던 것은 우주 방사선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중성미자는 예전에는 질량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최근에는 미세한 질량이 있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 중성미자를 연구하면 핵반응이 일어나는 별 내부의 구조와 온도 등을 알 수 있다. 중성미자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이 ‘중성미자 배경 복사’다. 우주가 탄생한 빅뱅 직후 빛보다 중성미자가 더 먼저 방출되기 시작했다. 우주 공간에는 영하 271℃의 중성미자가 배경 그림처럼 깔려 있다. 이 중성미자를 관측할 수 있다면 빅뱅 이후 빛조차 나오기도 전에 존재했던 ‘첫 우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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