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초음속機 음속돌파 ‘초읽기’

  • 입력 2002년 10월 8일 17시 38분



《3. 2. 1. 이륙. 우리가 독자 개발한 최초의 초음속 제트기가 F-16 두 대의 호위를 받으며 경남 사천 비행장 활주로를 가르며 치솟았다. 굉음이 사라지자 지상통제소 기술진 50여명의 손놀림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하늘에 떠 있는 제트기의 센서가 무선으로 보내오는 엔진회전속도, 진동, 온도, 가속도, 압력 등 2500개의 신호를 감시해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 스크린과 모니터로 꽉 찬 지상통제소는 미국항공우주국의 통제소를 방불케 한다. 제트기가 180도 회전, 360도 회전 등 곡예 비행을 마치고 무사히 활주로에 안착하자 통제소에서는 박수 갈채가 쏟아져 나온다.》

8일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T-50, 일명 골든 이글)’의 시험 비행 현장. 8월 20일 처녀 비행에 나선 이 제트기는 오늘이 6번째 시험 비행이다. 지금까지는 고도 2만 피트 이하에서 마하 0.55(마하1〓음속)의 저속으로 시험 비행을 했지만 속도와 고도를 높여 내년 초 대망의 ‘음속 돌파’ 시험에 들어간다. 이 제트기는 마하 1.4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시험비행을 맡은 공군 조광제 중령은 “훈련기이지만 F-16을 탈 때와 느낌이 비슷하다”며 “저속에서의 360도 회전 능력이나 조정 특성 등은 공군이 요구한 수준에 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계에서 초음속 제트기를 개발한 나라는 12개국. 1982년 제공호 생산 이래 미국의 제트전투기를 조립 생산만 해온 우리로서는 독자 모델의 제트기 개발이 기념비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 제트기 개발에는 1000명의 한국항공우주산업 기술진과 300명의 록히드 마틴 기술진 그리고 국방과학연구소와 부품업체 등 모두 2000여명의 엔지니어가 참여했다. 약 2조원에 달하는 개발비 중 70%는 정부가 댔고 한국항공우주산업이 17%, 록히드가 13%를 분담했다.

국산 초음속 제트기 개발책임자인 한국항공우주산업 장성섭 T-50개발센터장.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개발 총책임자인 장성섭 항공우주산업 T-50개발센터장은 “이름은 고등훈련기이지만 경공격기로 설계했고 F-16보다 10배나 빠른 컴퓨터를 탑재하는 등 최첨단 전자장비를 갖춰 전세계 훈련기 가운데 가장 성능이 우수하다”고 자부했다.

장 센터장은 “T-50은 100% 컴퓨터로 설계한 것도 자랑거리”이라며 “이번에 축적된 기술과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어떤 항공기도 우리가 직접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000명의 항공우주산업 기술진은 35만개의 부품을 서로 나누어 설계한 다음 마치 퍼즐 맞추기 하듯 컴퓨터 상에서 조립하고 시험도 했다.

박노선 항공우주산업 사천공장장은 “90년대에 록히드 마틴의 F-16을 100대를 면허생산하면서 생산과 시험기술을 습득했고 동시에 설계 기술도 이전 받은 것이 초음속 제트기를 개발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라팔, JSF 등 4∼5세대 최신예 전투기에만 있는 ‘디지털 비행 제어 장치’와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것도 자랑거리이다.

‘디지털 비행 제어 장치’는 조종사가 조종간을 잘못 작동시켜도 비행기가 자신의 비행 상태를 체크해서 조종 불능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지능적으로 자세를 제어해주는 일종의 인공지능이다. 또한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조종사가 전방을 바라보면서 각종 계기나 비행 상태도 투명한 창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장 이사는 “T-50은 유사시 경공격기인 A-50으로 전환해 무장하면 F-16의 70% 정도의 무장능력을 갖게 된다”며 “실제로 기동능력을 모의실험한 결과 최신예 미그기와 싸워도 이길 만큼 우수했다”고 말했다.

사천〓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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