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채영복 과기부장관, '이공계 살리기' 앞장

  • 입력 2002년 9월 1일 17시 35분


채영복 과기부 장관(사진)은 앞으로 10년을 마지막으로 열린 ‘기회의 창’이라고 늘 강조한다.신경이 쓰이는 것은 중국의 추격. 선진국 기술 베끼기에서 탈피해 우리 스스로 획기적 기술 혁신을 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정부연구소에서 평생 화학자로서 잔뼈가 굵은 채 박사는 1월 과기부 장관이 되자마자 심각한 이공계 기피와 과학기술자의 사기 저하 문제와 싸워야 했다.

바쁜 일정 중 주로 차에서 생각하며 그는 숱한 대책을 만들어냈다. 지난달에는 ‘이공계 진학 엑스포’를 열어 직접 부모와 학생들에게 이공계 진학을 권유했다. 과학기술인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상 제도’를 만들어 3억원의 파격적인 상금을 주기로 했다. 또 ‘닮고싶고 되고싶은 과학자’ ‘과학기술 앰배서더’ ‘테크노 CEO상’ ‘올해의 과학교사상’ 등을 만들었다.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 ‘과학기술인 휴양촌’ ‘과학기술문화회관’ 설립에도 나선다.

정부연구소의 연구원들이 각 부처에 연구비를 구걸하러 다니지 않도록 인건비 지원을 늘리고, 연구원의 10%는 정년을 보장키로 했다. 중앙인사위원장, 행정자치부 장관 등과 만나 기술직 공무원 숫자를 늘리고 승진에 차별이 없도록 하는 대책도 강구 중이다. 그는 이런 대책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듯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공계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 장관은 올 여름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서 우리 과학고 학생이 메달을 휩쓰는 것을 보고 과학고 살리기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전국 1200명의 과학고 학생은 정말 우수 두뇌인데 내신이 불리해 무더기로 자퇴하고 있고, 그나마 남아있는 학생도 의대만 선호한다. 이래서는 과학고를 만든 의미가 전혀 없다.”

채 장관은 “지금은 KAIST, 포항공대만 과학고 학생을 특차 모집하지만 이를 서울대 등 다른 명문대도 도입하도록 교육인적자원부와 대학을 설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교육 제도를 뜯어고쳐도 이공계 박사들의 취업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하면 소용없다는 게 채 장관의 생각이다.

“미국은 인구 1만명 당 박사가 대학에 10.6명, 정부연구소에 2.1명, 산업계에 10.3명이다. 반면 한국은 산업계 1.1명과 정부연구소 1.3명에 불과하고 대학에 무려 7.4명이 몰려 있는 매우 기형적 인력 구조를 갖고 있다. 산업계에 고급 두뇌를 수혈할 수 있느냐에 국가의 장래가 걸려있다. ”

채 장관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가진 대기업은 그래도 낫지만 이윤이 낮은 중소기업은 박사를 쓸 엄두를 못 내고 결국 기술 혁신도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중소기업이 박사를 채용할 경우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를 강구 중이다”고 밝혔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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