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한국천문대 "세계로 우주로"

  • 입력 2002년 1월 8일 18시 31분


은하의 비밀을 풀기 위한 ‘해가 지지 않는 천문대’가 한국인의 손으로 올해 건설된다.

또 한국이 제작에 참여한 ‘자외선 우주망원경’이 7월 발사되며, 남한 크기만한 전파망원경 네트워크 구축 사업도 올해 첫 삽질을 시작한다. 그동안 움츠려 있던 한국의 우주 관측 사업이 힘차게 도약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과 연세대 변용익 교수팀(천문우주학과)은 2월말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립천문대에 지름 50㎝크기의 광시야 망원경을 설치하기로 했다.

광시야 망원경은 기존 망원경보다 넓은 시야를 갖도록 만든 망원경이다. 우주에 떠 있는 허블 망원경보다 시야가 1000배나 넓으며, 대형 망원경에 비해 멀리 있는 별은 잘 못보지만 움직이는 별이나 색깔과 크기가 변하는 별을 잘 관찰할 수 있다.

외국의 대형 망원경이 좁고 멀리 보는 것에만 치중해 나무는 보고 숲을 놓치는 대신 광시야 망원경은 우주라는 숲을 보기 위한 것이다.

이 망원경은 날씨에 따라 자동으로 우주를 관측하며, 원하는 별을 발견하면 로봇팔이 움직여 그 별을 계속 추적할 수 있다.

천문연구원과 연세대는 이곳을 포함해 세계 6곳에 광시야 망원경을 설치해 ‘해가 지지 않는 천문대’를 구축할 계획이다. 밤낮과 상관없이 6곳중 한곳은 언제라도 별을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팀은 올해안에 미국 또는 호주에 광시야 망원경을 설치하며, 수십억원을 들여 2004년 상반기까지 6개 천문대를 완성할 계획이다.

변용익 교수는 “지구로 날아오는 소행성과 빛의 세기가 변하는 변광성 등이 주요 관측 목표로 이를 통해 우리 은하의 구조와 형성과정 등을 밝힐 계획”이라며 “현재 4만개 정도 알려진 변광성을 5년안에 100만개 이상 찾아내겠다”고 밝혔다.

7월에는 프랑스·미국·한국 등 3개국이 함께 만든 ‘자외선 우주망원경’(갈렉스)이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된다. 갈렉스는 위성처럼 100분마다 지구 주위를 한바퀴씩 돌며 오존층을 통과하지 못하는 우주자외선을 관측한다.

2004년에는 서울대와 일본의 우주과학연구소가 함께 만드는 적외선 우주망원경인 ‘애스트로F’도 발사돼 한국 과학의 위상을 높인다.

서울대와 우주과학연구소는 3년전부터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3월 한국에서 학술회의를 열어 그동안의 성과와 남은 과제를 논의한다. 서울대 이명균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적외선을 통해 새로 탄생하고 있는 은하의 모습을 관찰해 은하의 진화과정을 푸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을 찾는데도 이용된다”고 설명했다.

2005년 완성을 목표로 한 ‘전파망원경 네트워크’(KVN)도 올해부터 망원경 건설에 들어간다. 서울(연세대), 울산(울산대), 제주(탐라대) 등 3곳에 지름 20m 크기의 전파망원경을 건설하고 이를 가상으로 연결하는 것. 전파망원경은 여러 망원경에서 받은 전파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는데 망원경이 멀리 떨어질수록 멀리 있는 별을 자세히 볼 수 있다. 3곳을 연결하면 한반도 절반만한 전파망원경이 건설되는 셈이다.

변용익 교수는 “한국은 삼국 시대에 핼리혜성을 비롯해 50여 차례나 혜성을 관측하고, 고려 때는 세계 최초로 신성 관측 기록을 남기는 등 오래된 천문학 선진국이었다”며 “대형 천문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천문학이 다시 선진권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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