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11’ 이후 사이버테러 감시업체 호황

  • 입력 2001년 11월 28일 18시 52분


‘스푹 밸리(Spook Valley)가 뜬다.’

미국의 경기 악화로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는 침체 상태지만 인터넷 보안산업이 주축인 ‘스푹 밸리’(스푹은 비밀 공작원이라는 뜻)는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격주간 경제지 포브스가 최신호(12월 10일자)에서 소개했다.

‘스푹 밸리’는 워싱턴 서쪽의 버지니아주 북부 약 30㎞에 걸쳐 2000여개의 관련 업체들이 들어서 있는 인터넷 보안산업 단지.

네트워크 방화벽의 약점을 찾아내거나 해킹이나 사이버테러 시도를 24시간 감시하며 해킹 범죄자들을 추적하는 게 입주 업체들의 주된 사업이다. ‘9·11테러’ 이후 해킹이나 사이버 테러 등의 위협을 느끼게 된 정부기관과 업체들의 수요가 급증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네트워크 보안업체인 립텍사에는 테러 이후 주문이 쇄도, 내년도 수익을 올해보다 4배 증가한 1억달러로 잡고 있다. 같은 업종인 넷섹사도 내년 수익이 3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푹 밸리’는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업종의 특성상 언론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기업 신용도도 회사의 재정상황보다 보안 등급에 의해 평가될 정도. 이 때문에 이들 업체는 건물에 회사 로고나 회사명을 표시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창문도 없는 건물에서 작업을 한다.건물 주위에 수십 개의 감시 모니터가 설치돼 있는 곳도 있다.

명문대의 공학, 경영학 전공자들이 주축인 실리콘 밸리와 달리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 국가안보국(NSA) 등 정보기관 출신이 많은 것도 특징. 정보를 다루는 각급 정부기관들과 민간 컨설팅업체, 금융기관 등이 주 고객이다.

그래서 ‘스푹 밸리맨’들의 가슴 속에는 돈과 안락함을 추구하는 사적 동기와 함께 ‘미국의 지적 재산은 우리가 지킨다’는 애국심이 공존하고 있다고 포브스지는 전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