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문화정책' 토론회]"정부 개입 자생력 떨어뜨릴것"

  • 입력 2001년 8월 29일 19시 08분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24일 개원함으로써 디지털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진흥원은 21세기 전략산업인 문화콘텐츠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 지원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정부의 디지털 문화콘텐츠 육성 정책을 검토하고 올바른 정책 방향을 모색해보는 토론회가 마련됐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주최로 29일 서울 낙원동 민예총 대강당에서 열린 ‘이제 디지털 문화정책을 묻는다’.

이날 토론에서 문화평론가인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아무리 디지털이라고 해도 문화 자체의 논리가 중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디지털 콘텐츠사업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의 멀티미디어 산업과 그리 다른 것이 아닌데도 이렇게 떠드는 것은 일종의 과대광고”라고 꼬집고 현 정책의 문제점을 세가지로 지적했다.

첫째, 문화산업이라는 말에서도 드러나듯 경제의 논리가 문화의 논리를 억압할 수 있다는점. 즉, 자칫 돈이 원하는 방향으로 문화가 왜곡될 수도 있다.

둘째, 문화가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셋째, 3년 안에 문화콘텐츠 핵심 생산국으로 진입하겠다는 문화관광부의 목표는 우리의 취약한 문화 여건을 무시한, 지나친 장미빛이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의 윤용종 책임연구원은 좀더 구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윤 연구원은 “정부 주도의 벤처 지원 정책에서도 드러났듯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이나 지원은 장기적으로 저해 요소가 된다”면서 “정부의 집중적 직접적인 지원을 줄여나가고 산업의 자생력을 확보하도록 정책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직접 지원보다는 간접 지원 방식으로, 공급자 중심의 지원에서 유통과 수요자 중심의 지원으로 바꾸고 지방문화산업 육성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원은 또 “순수문화예술 분야의 자유롭고 왕성한 창작활동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화산업과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고 충고했다. 디지털 문화산업의 발전은 상상력 풍부한 순수예술의 발전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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