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주5일 근무 효율 '쑥쑥'

  • 입력 2001년 1월 21일 16시 32분


“아직 보름밖에 안됐지만 직원들의 사기가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업무효율도 좋아졌구요.”

외국계 기업에서만 실시해온 주5일제 근무가 서울 테헤란로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일부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일하는 ‘서구적’ 근무행태가 속속 도입되고 있는 것. 이는 ‘5일근무제도’의 사전실험이란 점에서도 눈길을 모으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대표 전하진)는 지난해까지 토요일 격주 휴무제를 실시하다 올해 5일 근무로 전환했다. 그대신 없어진 것은 월차휴가. 사실 월차휴가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근무비도 애초에 없었으니 직원들에겐 여유시간이 훨씬 늘어난 셈이다.

“일단 떳떳하게 쉴 수 있어 좋아요. 토요일엔 출근을 해도 업무가 정상적으로 처리가 안됐거든요. 거래처에 전화를 해도 연락이 안닿는 경우가 많고 중요한 업무 역시 집중력이 떨어져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았죠.”

마케팅팀에 근무하는 채재은 대리는 “공(公)과 사(私)를 분명히 가리니까 업무효율이 오히려 더 좋아졌다”고 말한다. 예전엔 토요일은 물론 평일에도 일이 없어도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채대리는 “야근도 습관이 되더라구요. ‘저녁 먹고 하면 되지’ 혹은 ‘내일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근무하니 몸이 점점 더 늘어지게 됐죠”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금요일까지 업무를 모두 처리해야 해 ‘노동생산성’이 더 높아졌다. 주말이 되기 전에 모든 일을 마무리해야 하니 일의 밀도가 더 높아진 것. 직원들은 실제 근무시간이 하루 1,2시간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한다.

근무가 빡빡해졌지만 여가시간은 늘었다. 젊은 직원들의 경우 토일요일 이틀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많이 간다. 넷피스 개발팀에 근무하는 윤성민씨는 프로그래밍 공부로 토요일을 보내고 있다. 직원들은 이틀 휴일을 ‘재충전’과 자기개발에 쓸 수 있어 좋다고 입을 모았다.

홈페이지 저작도구 업체 나모인터랙티브(대표 김흥준)도 올 1월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나모도 역시 ‘개인 휴식기간과 업무시간의 균형을 맞춰 주중 업무 효율을 높이자’는 취지로 5일근무제를 도입했다.

강은수 팀장은 “평일 업무에 오히려 더 충실하게 돼 회사 전체적으로 시간 손실(Loss Time)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강팀장은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진 것은 물론 주중 근무태도도 좋아졌다”며 “업무시간 배분에 신경을 더 쓰다보니 지각이 크게 줄었다”고 말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5일근무가 연월차와 생리휴가 폐지 여부와 맞물려 있어 실제로는 근무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동시에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윈윈 개혁’을 아무런 비용이나 희생없이 이루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컴퓨터 관련 벤처기업은 공장가동을 조금이라도 쉬면 당장 수입이 줄어드는 제조업체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5일근무를 도입한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기업문화의 변화를 주도해온 ‘벤처의 또다른 실험’이란 측면도 강조하고 있다. ‘전직의 활성화’에 이어 또다른 기업문화 혁신을 일궈내고 있는 테헤란벨리의 또다른 시도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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