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인력채용 새바람…아이디어보다 팀워크-경험 중시

  • 입력 2000년 10월 29일 17시 13분


‘반짝이는 아이디어 보다는 팀워크와 탄탄한 경험….’

벤처기업 채용 기준이 바뀌고 있다.

벤처기업은 그동안 학력과 경력 보다는 ‘튀는’ 개성과 아이디어를 중시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안정형’의 인재를 선호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40대 중반의 김기호 앳인터넷사장, 30대 후반의 이유재 이게임네트사장, 30대 초반의 이해진 네이버컴 사장. 20대 후반의 인터넷컨설팅그룹(ICG) 김상우사장. 이들이 원하는 신입사원은 누구일까.

▽잦은 직장 이동은 곤란〓외부 환경이 나빠지면 기업의 채용패턴은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바뀐다. 이는 위기 관리를 위한 것. 직원 한 사람이 빗나가면 회사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벤처 최고경영자(CEO)들은 △빈번한 직장 이동 △조직생활 적응력 부족 △지나친 이기주의 △능력 과대 포장 등이 있는지를 꼼꼼히 살핀다. 여러 번 직장을 옮긴 사람은 또다시 쉽게 직장을 그만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최근 15명의 직원을 새로 뽑은 A기업은 전형 과정에서 1년에 직장을 3 번 이상 옮긴 지원자를 먼저 탈락시켰다. 채용전문 사이트인 인크루트의 이경후 홍보팀장은 “외국계 기업이나 재무상태가 좋은 기업일수록 전직 경험이 많은 입사지원자를 꺼린다”고 귀띔했다.하지만 벤처기업 CEO들 중에는 직장을 자주 옮긴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이유재사장은 “좋은 직장을 자주 옮긴 경우는 네거티브 기준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능력과 경험이 중요〓조직 경험이나 적응 능력을 중시하는 풍토가 새롭게 자리잡고 있다. 위기 극복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팀워크를 이루는 조직력과 경험이 최고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있는 것.

20대의 김상우사장도 “개성과 실력 보다는 회사 조직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인재를 더 선호한다”며 “핵심 역량이 이미 확보됐기 때문에 실력을 갖췄더라도 조직에 어울릴 수 없으면 배제한다”고 말했다.

대졸 신입사원 채용에서는 사회봉사나 동아리 활동, 경력직 채용에서는 자영업 경험을 중시한다는 것. 인터넷쇼핑몰 운영업체인 마이그로서리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 경력을 쌓은 직원을 우대하고 있다. 이해진사장은 “규모가 적은 벤처기업의 경우 신입 사원에 대해 교육을 시킬 여력이 없는데다 조직 경험이 기업의 인적 자산이 되기 때문에 대기업 경력자를 선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직무수행 능력과 창의성은 벤처기업의 생리상 당연한 기준. 해외 진출을 앞둔 기업의 경우 외국어 구사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호한다.

이유재사장은 “벤처기업의 채용이 대기업을 닮아가고 있다”며 “최근 정리되는 기업이 늘어나 우량 벤처기업은 점점 더 까다로운 채용기준을 적용해 필요한 인력을 뽑고 있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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