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속이는 향의 마법술]게맛살에는 게살이 없어

  • 입력 2000년 9월 13일 18시 39분


은은한 솔잎 향이 입맛을 자극하는 추석의 대명사, 송편. 한 입 물면 향긋한 햅콩 내음과 함께 그윽한 솔 맛이 입안을 맴돈다. ‘맛은 혀, 냄새는 코’라는 도식을 허물며 맛과 냄새의 경계를 오가는 물질인 솔잎 같은 천연풍미료가 최근 인공 합성풍미료로 대체되고 있다. 솔잎 향을 내기 위해 굳이 솔잎을 따와야 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원래 미각과 후각은 인간의 오감 가운데 화학물질에 가장 민감하지만, 각기 느끼는 화학물질의 종류가 다르고 감수성도 다르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비휘발성 물질은 맛으로, 휘발성 물질은 냄새로 인식된다. 또 후각은 미각에 비해 훨씬 예민해 사람의 경우 약 1만여 종의 다른 냄새 성분을 인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두 감각은 서로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특히 맛을 볼 때는 후각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식물을 씹을 때 그 음식물의 향이 목젖 뒷부분을 통해 올라가 후각을 자극함으로써 맛을 훨씬 더 잘 느끼게 해 주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강한 향은 음식의 맛을 보다 예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미각을 미리 준비시킨다.

이 때문에 페로몬의 향이 깊숙이 숨은 동물의 성적인 본능을 일깨우듯, 냄새로 맛을 내 입맛을 속이는 일이 가능하다. 가령 바나나 우유에는 바나나는 없고 바나나 향만 있다. 우유에 바나나를 직접 갈아넣으면 과일 맛도 제대로 나지 않을 뿐더러 색깔도 검어지기 때문에 주로 이소아밀아세테이트라는 합성풍미료를 사용해 맛을 낸다.

게맛살도 무늬만 게살일뿐 사실은 생선살과 전분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즉 생선살과 전분의 혼합원료에 게응축액과 껍질에서 추출한 게향 풍미료, 천연색소를 첨가해 게살 맛을 느끼도록 만든 것일 뿐이다.

소고기맛, 멸치맛, 조개맛 등 다양한 맛을 내는 복합조미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해당 축산물이나 해산물의 천연원료와 양념 향신료, 글루탐산나트륨(MSG) 등이 혼합돼 사용된다. 이밖에 사탕이나 껌에도 각종 과일이나 식물에서 추출한 향료가 사용된다.

<신동민 동아사이언스기자>hisd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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