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사업자 선정案 문제없나?

  • 입력 2000년 7월 6일 00시 24분


5일 확정된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사업권 선정기준은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이다. 6개월여에 걸쳐 수많은 전문가들을 동원, 각국의 사례를 토대로 기본안을 마련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한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나름대로 합리적인 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금규모가 영세한 한국IMT2000컨소시엄을 사실상 의도적으로 배제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고, 재벌기업을 중심으로 한 3개 컨소시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바로 선정될 수 있도록 만들어 특혜시비의 소지를 안고 있다. 또 경매제 포기, 출연금 규모의 과소 책정, 기술능력 평가기준의 미비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너무 적은 출연금〓정부가 최종 확정한 기본 출연금은 1조원. 여기에 추가할 수 있는 금액은 3000억원이다. 아무리 많아도 1조3000억원을 넘어설 수 없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IMT2000의 잠재가치 등을 감안할 때 너무 적다고 보고 있다.

고려대 한재민교수는 “기술능력을 비교하기 어려운 첨단사업은 경매제로 사업권을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출연금이라도 경매제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받아내야 한다”며 “수십조원의 잠재가치가 걸린 사업을 겨우 1조원선에서 결정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교수는 출연금을 늘일 경우 국민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일부의 주장과 관련해 “정부가 업체로부터 받은 출연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부담은 얼마든지 줄어들 수 있다”면서 “출연금과 국민의 부담간에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프랑스의 예를 원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즉 국내총생산(GDP)과 인구, 그리고 사업환경을 감안해 산정했다는 것. 프랑스방식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정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약하다. 프랑스의 경우 4개 사업자를 심사제로 선정하면서 사업자당 47억달러(약 5조2000억원)씩 모두 188억달러(약 21조원)의 출연금을 받았다. 영국도 5개 사업자에 각각 45억파운드(약 7조8000억원)씩 총 225억파운드(약 39조원)을 거둬들였다.

▽사업자 수는 적정한가〓정부는 3개 업체를 선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자금력이 뒤진 한국IMT2000컨소시엄을 제외하면 실제 응찰업체가 3개에 불과해 이들은 땅 짚고 헤엄치는 격으로 쉽게 사업권을 딸 수 있게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특혜시비를 없애기 위해선 2개로 줄이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설업체는 봉인가〓국민주까지 모집하면서 경쟁에 나섰던 한국IMT2000은 사실상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선진국의 경우 경쟁촉진을 위해 기존업체 이외에 신설업체를 반드시 추가하는 관행을 지켜오고 있다. 우리 전문가들 중에서도 기존업체 2개, 신설업체 1개로 하자는 안을 내놓은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는 신설업체우대조항을 넣지 않음으로써 자본력이 뒤지는 한국IMT2000의 참여를 원천봉쇄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기술표준〓동기식과 비동기식 중 업체로 하여금 자율적으로 선택토록 한 것도 문제다. 국내에서는 동기식이 시장성이 높은 반면, 국제시장에서는 비동기식으로 추진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게 현실. 정부방침대로 업계자율에 맡기면 모든 업체들이 눈앞의 이익만을 의식하여 동기식으로 선택할 우려가 없지 않다. 이 경우에는 국제경쟁력 약화 등이 우려된다.

<정영태기자>ebizwi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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