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기술표준, 동기식 '왕따' 우려

  • 입력 2000년 7월 3일 19시 16분


“IMT2000 기술표준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업계의 자율에 맡기겠다.”

지난달 26일 안병엽 정보통신부장관이 국회에서 밝힌 폭탄 선언은 업계에 큰 파장을 던졌다.

내심 동기식(CDMA)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던 정통부가 돌연 입장을 바꿨기 때문. 한결같이 비동기식을 원하는 업체들은 안장관 선언의 진위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통부는 현재 업계에 대해 공식적 기술표준과 관련된 어떤 코멘트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IMT2000 사업권 경쟁에 뛰어든 업체들이 비동기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동남아 중남미 중동 등 세계시장에 연착륙하기가 동기식보다 쉽기 때문.

여기에 삼성의 시장지배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의지도 작용하고 있다. 국내 사업자들이 동기식을 선택할 경우 IMT2000 장비를 구입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삼성전자가 유력하기 때문. 비동기식 시장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이유 외에 장비 구매선의 제한도 동기식 선택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셈이다.

또 하나 장관의 단호한 선언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이를 완전히 믿지 못하고 있다.

석호익 정보통신지원국장은 최근 “모든 사업자가 비동기식을 희망한다고는 보지 않는다”면서 “한국통신이 국가 이익을 생각해 표준을 정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는 정통부가 영향력을 가진 한국통신에 대해 동기식을 선택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업계에 받아들여졌다.

정부의 고민은 동기식이 시장에서 ‘왕따’를 당해 설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점. 향후 동기식 기술을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라도 이 기술을 지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 업계에서 정부가 ‘외압’을 넣어서라도 특정사업자에게 동기식 표준 선택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영태기자>ebizwi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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