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딴지일보' 주식회사 '딴지그룹' 변신

  • 입력 2000년 3월 20일 19시 32분


“이제부터는 ‘주식회사 딴지 그룹’입니다.”

기존권위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인기를 모은 인터넷 신문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金於俊·33)씨가 ‘벤처기업가’로 변신했다. 딴지일보(ddanji.netsgo.com)를 지난달 23일 소리소문없이 ‘딴지그룹’이라는 벤처기업이자 주식회사로 전환한 것.

다음달부터 개편작업에 본격 착수, 딴지일보 ‘창간 2주년’이 되는 7월4일 어드레스를 www.ddanzi.com으로 바꾸면서 ‘소비자 중심의 문화 포털사이트’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영문명칭은 도메인 헌터가 유사 사이트명을 선점해 기존의 J를 z로 바꾼다.

‘그룹’으로 승격된만큼 사업을 다각화하고 규모도 키운다. 7월부터 격주간 오프라인 잡지 ‘선데이 딴지’(가칭)를 펴낼 예정. 직원수도 12명에서 35명으로 늘린다. 미국 소니, EMI를 거친 음악전문가, 삼일회계법인 출신의 벤처전문 회계사 등 각 분야의 베테랑들을 영입하고 있다. 4월1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120평짜리 물류창고를 전면 개보수한 최첨단 ‘창고’로 이사한다.

김씨는 “딴지일보가 ‘뜨면서’ 같이 사업하자는 제의를 수없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비주류를 지향하며 ‘명랑사회’를 구현한다는 딴지정신을 저버리고 쇼핑몰을 할 수는 없잖습니까.” 고 말했다. 지금까지 배너광고로 올린 수입은 사무실 유지비와 인건비로 고스란히 들어갔다. 30만부가 팔린 단행본 딴지일보 인세도 출판사의 부도로 회수하지 못했다. 결국 딴지그룹 자본금 10억원은 미래를 믿고 투자한 에인젤투자가들로부터 끌어들였다.

1년여 구상 끝에 도달한 결론이 바로 ‘소비자,문화 리포트’. 자동차 가전제품 노트북PC 등 공산품부터 영화 음악 여행 게임 등 문화 및 레저 상품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입장에서 특정 상품을 소비한 경험을 비판적으로 게재하는 보고서와 마니아를 위한 공동체를 주요 콘텐츠로 하는 사이트로 만들 생각이다. 조직 확대개편 후에도 딴지일보는 계속 낼 계획.

현재 딴지일보의 한달평균 접속건수는 150만회. “수백만명의 ‘등록된 이용자’가 아니라 로열티를 갖춘 딴지일보 마니아 10만명이 만들어낼 결속력과 콘텐츠라면 오프라인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공동체가 형성될 것입니다.” 이들 마니아 필자들이 제공하는 소비재에 대한 평가가 다른 네티즌의 소비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김씨는 말한다.

생산자에게 문제가 있을 경우 해명을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불매운동같은 소비자운동을 벌이는 압력단체의 역할도 생각하고 있다. ‘비꼴 줄만 알지 대안을 보여준 적이 있느냐’는 기성사회의 지적에 대한 딴지일보식 대답이다.

기업가로 변신한 김씨가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수익성. “1∼2년 적자를 보더라도 리포트를 축적하고 네티즌의 소비패턴을 분석한 뒤 이 자료를 토대로 제품개발자, 영화기획자, 출판사 등에 컨설팅을 해주는 전문업체로 키워갈 것”이라고 사업전망을 밝혔다. “이제부터는 삼성경제연구수와 미국 매킨지컨설팅그룹이 경쟁상대”라는 김씨의 말에는 장난기와 함께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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