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앙병원 「친절」로 작년 24억흑자냈다

  • 입력 1999년 1월 22일 19시 25분


‘환자를 고객처럼.’ 12년동안 쌓인 적자가 1백억원이 넘는 공공병원을 3년만에 흑자로 돌려놓은 비결은 단순했다.

인천 부평구 구산동 산재의료관리원 중앙병원은 ‘친절경영’을 펼치기 전까지 도저히 ‘가망’이 없어 보이던 만성 적자병원. 83년 문을 연 후 12년간 누적적자가 1백10억원이었고 95년 적자만도 31억원에 달했다. 의사와 직원들조차 패배의식에 젖어 가족들이 아프면 다른 종합병원으로 안내할 정도였다. 중앙병원의 변신은 96년 2월 의사가 아닌 전문경영인출신의 이병원(李柄元·61)원장이 부임한 뒤부터 시작됐다. 육군 대령 출신으로 안산재활훈련원 원장과 산재의료관리원 운영이사 등을 거친 이원장의 취임 일성은 “환자를 ‘고객’으로 떠받들자”는 것.

매일 오전 8시20분 로비에서 병원장과 전직원들이 “찾아 주신 ‘고객’들께 감사드립니다”라며 허리를 숙이기 시작했다. 환자들은 “여기 병원 맞아?”라고 당황 하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곧 이어 친절교육이 시작됐다. 의사와 직원들을 ‘친절의 대명사’로 불리는 일본MK택시회사 등으로 연수를 보냈다. ‘고압적’인 자세에 익숙해 있던 의사들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병원 내부장식도 바꿨다. 진료 접수 창구의 높이를 30㎝정도 낮추고 유리창을 아예 없앴다. 이전까지 좁은 구멍을 통해 간신히 직원들과 이야기하던 환자들은 은행같이 탁 트인 창구에서 자연스럽게 접수를 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노력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환자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97년 전국의 9개 국립병원 중 6개가 36억원의 적자를 낼 때 이 병원은 개원이래 처음으로 3억1천만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극심한 경기침체가 이어지던 작년에는 무려 24억4천만원의 흑자를 냈다. 이원장과 의사 간호사 직원들은 오늘도 한마음으로 움직인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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