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현장 지구촌리포트 17]이리듐社 글로벌 아웃소싱

  • 입력 1998년 6월 10일 19시 44분


범세계 위성이동통신(GMPCS) 서비스인 이리듐의 72번째 위성이 5월 18일 미국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우주로 쏘아 올려졌다.

델타 로켓에 실린 이 위성은 저궤도 위성사업인 이리듐 프로젝트의 마지막 5개 위성이었다. 이 위성들은 이미 지구촌을 감싸고 있는 67개의 이리듐 위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위성이동통신 서비스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5월 첫 위성발사에 성공한 이래 1년여만에 GMPCS로서는 최초로 상용서비스에 필요한 위성발사를 완료한 것이다.

같은 시간 백악관과 마주보고 있는 워싱턴의 이리듐 본사에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축하전화가 쏟아져 들어왔다. 이들은 이리듐이 위성이동통신이라는 새로운 정보통신 분야를 개척한 업적을 치하했다.

이리듐은 또 기업 창업에서부터 서비스 준비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아웃소싱’을 통해 이 사업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2000년대 국제적 사업모델의 한 전형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기업에서 경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개발하고 만들고 서비스하기보다는 분야별로 잘하는 기업에게 일을 맡기고 이를 종합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좋은 서비스를 만든다는 글로벌 아웃소싱이 이리듐 경영의 제1원칙이었다.

세계 15개국 20여개 업체가 주요 주주로 참여한 국제 컨소시엄인 이리듐사는 세계로부터 기술과 인력 자금을 조달해왔다.

이리듐 서비스로 인해 위성통신분야에서만 2만5천여개의 새로운 통신 소자와 부품이 탄생했다. 이리듐 위성제작분야에 참여한 업체만 세계 30여개국 5백여개 기업이 넘는다.

위성발사부터 서비스 준비를 위한 요금 개발 시스템까지 따지면 1천여개 기업의 협조가 필요했다. 마케팅 광고 고객서비스센터 지역협력업체 등을 포함하면 이리듐 서비스에 참여한 업체는 1백여개 국가에 1만여개 기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리듐 서비스를 처음으로 구상한 배리 버티거 부사장은 “세계 기업의 협력과 조화가 없었다면 이리듐은 단지 공상에 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을 자사에서 다 해결해야 한다는 낡은 경영방식을 고집했다면 이리듐 탄생은 힘들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가 들려주는 이리듐 사업의 시작 얘기. 85년 그의 부인은 바하마의 휴양지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부동산 거래가 막 성사되기 직전이었는데 거래 당사자가 휴양지에 있는 그녀에게 연락이 닿지 않자 거래를 취소해버렸다.

이 일로 인해 버티거 부인은 “왜 세계 어느 곳에서나 연결이 되는 휴대전화를 만들지 않느냐”며 당시 모토롤라 위성담당 임원이었던 남편에게 물었다. 그날 이후 버티거 부사장은 사막이나 외딴섬, 산꼭대기 등 세계 어느 곳에서나 통하는 이동통신을 꿈꾸었으며 13년만에 그 꿈이 이뤄졌다.

“첨단 기술을 이용한 정보통신 서비스를 새로 꾸미려면 세계에서 가장 좋은 기술을 합쳐야 합니다. 또 자신이 갖고 있지 못한 것이라면 지구촌 곳곳을 뒤져서라도 찾아내야 합니다.”

버티거 부사장은 이리듐이 출발할 때부터 글로벌 아웃소싱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리듐은 이를 위해 세계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협력작업을 할 수 있는 통합정보시스템을 만들었다. 미국 시카고에서 설계가 변경되면 영국 프랑스 일본의 협력업체들이 그 사실을 즉시 알 수 있도록 했다.

이리듐 본사는 독특한 업무체계를 갖고 있다. 일반적인 기업조직이외에 세계 15개국 주요 협력업체와의 연락 협조업무를 담당하는 게이트웨이 담당자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본사와 협력업체와의 정보교환은 물론 중요한 의견조율을 담당한다. 또 기술이전 교육훈련을 통해 세계 어느 곳에서든 이리듐이 동일한 고객서비스와 품질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의 게이트웨이 담당자인 이종훈부장은 “각기 다른 경제적 환경과 조건에 처해 있는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려면 상호 정보교환과 의사결정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참여업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8월 시험서비스에 이어 9월부터 상용서비스에 들어가는 이리듐은 마케팅 활동에서도 글로벌 아웃소싱을 활용하고 있다.

본사에서 획일적으로 광고문구나 CF를 만들기보다는 각국의 현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전문업체에 위탁해 제작한다. 또 고객서비스 센터도 현지 업체에 대부분 맡기고 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리듐에 8천2백만달러를 투자해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의 관문국 관할권과 서비스 공급권을 확보했다. 또 자회사인 이리듐 코리아를 통해 국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보통 휴대전화 크기인 단말기로 사막이나 밀림 극지방 등 세계 어디서나 자유롭게 통신할 수 있도록 하는 이리듐 서비스는 이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사용자들이 전파를 쏘아올릴 날만 기다리고 있다.

〈워싱턴〓김승환기자〉sh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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