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대학 수강신청 하세요』…5개대 시범선정 계획

  • 입력 1997년 11월 18일 08시 00분


요즘 정보통신분야의 대학교수들은 때 아니게 리포트를 쓰느라 바쁘다. 교육부가 12월중순까지 전국대학들로부터 받고 있는 「가상대학 프로젝트」의 제안서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앞으로 5개대학을 가상대학시범학교로선정, 내년부터 예산을 집중지원할 계획을 세워놓았다. 가상대학이란 교수와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얼굴을 맞대고 수업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의 가상공간에서 교육이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멀리 떨어진 학교까지 가지 않아도 직장이나 집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면 교수가 강의하는 내용을 언제든지 볼 수 있다. 지난 강의는 인터넷에 저장된 파일을 꺼내어 읽어보면 된다. 명강(名講)으로 소문난 다른 대학 교수의 강의도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다. 이해하기 힘들면 인터넷으로 질문을 하고 질문에 대한 응답은 교수나 조교가 편리한 시간에 전자우편으로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교육부 서삼영교육정보관리국장은 『가상대학에 대한 고정된 「틀」은 없다. 대학에서 낸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채택, 2년여 시범기간 동안 적용해보고 문제점이 나타나면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기존 학생들에 대한 사이버강의 △직장인 주부 등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캠퍼스 △외국대학과의 연계 등 다양한 형태의 가상대학을 추진하고 있다. 사이버강의는 성균관대 전남대 등 10여개 대학에서 이미 일부 과목에 적용하고 있다. 현재 수강신청 강의 질의응답 리포트제출 등은 온라인으로 하고 실험실습이나 시험은 학교에 와서 치르는 식으로 진행된다. 물론 학점도 인정된다. 사이버캠퍼스는 직접 대학에 수업받으러 오기 힘든 직장인 주부 등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가상대학의 폭을 더 넓힌 것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이 서울에 있는 대학원을 다니거나 기업체에서 사원 재교육에 이용할 수도 있다. 일반 대학과 마찬가지로 학점이나 졸업장을 준다. 대학들도 외국의 유명대학과 연계, 인터넷으로 외국 교수들로부터 강의를 받거나 논문을 지도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학을 가지 않아도 외국 석학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성균관대 황대준교수는 『대학마다 경쟁력있는 분야나 학과를 앞세워 가상대학 계획을 짜고 있다』며 『대학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기업과 산학협동으로 제안서를 만드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나우누리 유니텔 등 PC통신업체도 올해초부터 사이버캠퍼스를 개설했다. 지난 4월 문을 연 나우누리 사이버캠퍼스에는 2학기에 영화철학 건강생활 온라인마케팅 우리소리 등 4과목이 개설돼 있다. 나우누리 가입자면 누구나 강의를 받을 수 있고 수강료가 없는 대신 학점도 없다. 아직은 교양강좌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가상대학을 만들겠다는 계획. 유니텔은 3개월씩 1년에 4학기제로 사이버캠퍼스를 운영하는데 가입자의 신청을 받아 3과목 이내로 수강하게 하고 과정을 마치면 수료증도 준다. 국내 최대의 개방대학인 방송통신대학은 22만명 재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이버강의를 실시하고 있다. 2,3년전만 해도 학생들이 라디오와 카세트 테이프로 강의를 듣는 것이 고작이었으나 요즘은 원격영상 케이블TV PC통신 등 첨단매체를 이용한 강의가 대부분이다. 방송대는 강의내용이 담긴 CD롬을 제작 배포하는 한편 학생들이 지역 학습관에 아무 때나 찾아와 주문형비디오(VOD)를 통해 지난 강의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상대학 제안서를 준비중인 한 대학 교수는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사이버대학에서 활로를 찾지 않으면 치열한 대학경쟁에서 낙오된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김학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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