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복제]왜 복제기술에 도전하나?

  • 입력 1997년 9월 13일 08시 22분


과학자들이 세간의 비난을 무릅쓰고 「인간 복제」가 가능한 기술개발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류의 복지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호기심 때문일까. 「과학은 자연법칙이 허용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연구한다」는 과학자는 연구에 제한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양을 복제한 이언 윌머트박사는 자신의 연구목적이 『우량가축을 공장처럼 대량 생산해 인류에게 단백질을 공급하고 질병을 치료할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영국 하원에 나가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구상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윌머트박사팀이 이룩한 성과는 동물을 이용한 많은 특수의약품 개발과 인체에 거부반응이 없는 동물의 장기이식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명공학업체나 연구소 대학에서는 암이나 유전병 등의 질병치료를 위해 인간의 유전자를 동물에 집어넣어 유전자 변이(형질전환)를 일으킨 동물을 만들고 있다. 미국의 젠자임 트랜스제닉스사는 사람의 혈액응고 억제 단백질을 함유한 양유를 생산하는 염소를 만들어냈으며 윌머트팀에 돈을 댄 PPL사는 신생아에게 필요한 아미노산이 든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젖소를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95년2월 서울대 황우석교수팀이 성공한 「슈퍼 젖소」나 지난 2월초 생명공학연구소 이경광박사팀이 생산한 모유성분이 든 젖소도 모두 좋은 단백질을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영국과 일본에서는 돼지를 이용, 장기이식수술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심장이나 콩팥을 만들어내는 연구도 하고 있다. 윌머트박사가 성공한 체세포 복제는 이렇게 유전자변이를 일으킨 동물이 암컷이건 수컷이건 똑같은 「복사판」을 대량 만들 수 있다는 게 장점. 사람으로 치면 자기몸과 똑같은 복제인간을 만들어 전혀 거부반응이 없는 장기이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대리모의 자궁을 거쳐 복제아가 자랄 때까지 십수년을 기다려야 한다. 더구나 인간의 복제에 있어서는 한 인간을 부속품으로 쓰기 위해 길러내거나 연구용으로 길러보다가 죽일 수 없기 때문에 원초적이고 심각한 윤리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김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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