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族」,음악즐기다 난청 된다

  • 입력 1997년 9월 9일 07시 57분


「워크맨」이 필수품인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 난청이 적지 않다. 이어폰이나 헤드폰 소리를 너무 크게 듣거나 일정 세기 이상의 소리를 지속적으로 듣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대학이 인근 지역의 중고생 3백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17%가 청각 능력의 일부를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20㏈(데시벨)의 크기에 주파수 1천∼6천㎐의 범위에서 청력검사를 받았다. 청각 능력이 나빠진 학생들은 6천㎐ 가까이에 있는 고주파는 거의 듣지 못했다. 또 두명은 20㏈에서 양쪽 귀가, 다섯명은 한쪽 귀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스테레오 헤드폰을 끼고 큰소리로 음악을 즐겨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사람의 목소리는 3백∼4천㎐ 범위에 있으며 주고 받는 말소리는 30㏈ 세기에 5백∼2천㎐ 사이. 새소리나 고음의 바이올린이 6천㎐ 정도의 주파수를 갖는다. 연구를 주도한 앨리스 홈스교수는 『이들 청소년은 개를 부르는 휘파람소리같은 고주파 소리는 못 듣게 됐다』며 『시끄러운 음악이나 달리는 오토바이소리, 사격소리 같은 소음을 계속 들으면 청력을 더 상실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독일청각보조기구협회도 올해 초 『소음이 심한 디스코장 출입이나 워크맨 사용으로 인해 독일 청소년 중 4명에 1명꼴로 청각장애가 발생하고 있으며 워크맨으로 1백14㏈ 정도의 시끄러운 음악을 많이 듣는 청소년은 청각장애 위험이 80%나 된다』고 밝혔다. 소리의 음파는 통상 귓속을 거쳐 고막을 울리고 이 진동이 중이(中耳)의 이소골과 내이(內耳)의 청각섬모세포를 거쳐 뇌로 전달된다. 문제는 청력 손실이 통증 없이 수년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윤상민교수(이비인후과)는 『잔디깎는 기계소리 정도인 85㏈이 넘으면 청각 섬모세포가 손상되기 시작하고 일단 손상되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어폰의 볼륨을 올리거나 휴식 없이 오래 듣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필동병원 양훈식교수(난청클리닉)는 『새소리나 고음의 바이올린 소리가 잘 안 들리면 청력손실을 의심해야 하고 귀에서 소리가 나는 이명이 있으면 즉시 헤드폰끼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 며칠간 휴식을 취해도 증상이 계속되면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김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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