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 『마흔잔치』…「창의연구」사업 413명 응모

  • 입력 1997년 8월 1일 20시 21분


과학기술계의 「마흔 잔치」가 시작되고 있다. 연구비를 따내기 위해 위의 눈치를 보거나 30대의 공세에 밀려 아래의 눈치를 살펴야 했던 40대. 그 중에서도 특히 40대 초반의 과학기술자들이 제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40대의 전면 부상은 처음 시도되는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에서 두드러진다. 이 사업은 글자 그대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미지의 과학세계를 탐구하기 위한 것. 연간 2억원의 연구비를 9년간 지원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STEPI)에 따르면 이 연구사업에 응모한 과학기술자 4백13명의 평균연령은 40.3세. 정책관리연구소 현재호박사는 『이 과제를 수행하려면 사실상 교수직이나 연구원직을 포기해야 하는데도 신청건수가 4백건을 넘어선 것은 예상하지 못한 호응이었다』며 『이는 40대 초반의 과학기술자 대부분이 직급승진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평소 꿈꾸었던 연구테마를 원없이 풀어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대학교수가 이 연구과제를 맡을 경우 1주일 강의시간이 3시간이내로 제한돼 사실상 9년간 학교내 「위상」은 포기해야 하는 입장. 그러나 매년 2억원의 파격적인 연구비를 지원받는다는 점에서 인생의 「승부처」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신청 연구과제도 승부수만큼이나 파격적이다. 「생명의 사멸원리」 「유전자 재프로그래밍」 「우주의 기원연구」 「사이버인간의 생명화연구」 등 어린시절 꿈꾸었던 문제나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할 법한 테마들이 수두룩하다. 40대의 인생도전은 다른 연구분야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과기처가 해외학술지 논문게재와 특허등록 등을 기준으로 금년초 선발한 「추천연구원」 30명의 평균연령도 역시 41세. 이들은 본인이 원하는 과제를 제한없이 연구할 수 있게 연간 1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과기처 송옥환연구개발조정실장은 『40대가 두각을 보이는 것은 30대보다는 경험이, 50대에 비해서는 열정이 강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연구과제의 성격이 갈수록 창의적이고 모험적이어서 연구책임자의 연령이 더욱 낮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수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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