鍼이 뇌를 움직인다…과기원-경희대 첫 과학적 규명

  • 입력 1997년 6월 13일 20시 29분


새끼발가락과 눈.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두 부위는 그러나 한의학에서 보면 매우 밀접하다. 눈이 붓고 충혈될 때 새끼발가락 주변 경혈에 침을 놓으면 치료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왜 하필 새끼발가락일까. 그 「신비」는 지금까지 수천년의 경험으로만 설명되어 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영상시스템 연구실과 경희대 한의대 경혈학교실팀은 13일 핵자기공명단층촬영(MRI) 실험을 통해 이같은 침술의 신비를 과학적으로 구명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KAIST 조장희박사(초빙석좌교수)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 석좌강좌」에서 『경혈을 침으로 자극하면 뇌의 시각피질에 산소와 혈류량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밝혀냈다』며 『침의 자극이 뇌 기능을 조절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뇌연구에도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경혈∼경락∼치료점」으로 알려졌던 침의 자극전달과정이 「경혈∼경락∼뇌∼경락∼치료점」으로 뇌가 개입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처음이다. 연구는 12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실험 결과 경혈에 침을 놓으면 시각과 관련된 뇌의 피질에 산소공급과 혈류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으로 MRI촬영에서 나타났다. 새끼발가락 부근의 경혈인 지음(至陰·UB67)을 자극했을 때 뇌가 가장 큰 반응을 나타냈고 복숭아뼈 뒷부분까지 3개의 경혈도 그에 못지않은 반응을 뇌에 전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침을 놓을 때만 특별히 뇌의 산소공급과 혈류량이 20∼30% 가량 증가했다. 특히 이번 연구결과에서는 양(陽) 음(陰)의 체질에 따라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도 밝혀져 흥미를 끌고 있다. 〈최수묵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