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도전하는 첨단/美국립노화硏]「불로초의 꿈」연구

  • 입력 1996년 12월 4일 20시 10분


「워싱턴DC·볼티모어〓鄭星姬기자」 「영원히 늙지 않고 살고 싶다」. 누구나의 소망이다. 그 옛날 중국의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았다는 것도, 파우스트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것도 모두 「젊음」의 유혹 때문이 아니던가. 현대과학은 이런 인간의 소망을 좇아 생명의 비밀을 캐려 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노화의 비밀을 밝힐 열쇠를 유전자가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수명과 관련된 유전자의 전모를 밝혀내 「1백세 청년」의 꿈이 불가능하지 만은 않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노화학자들은 1백세이상 장수자 및 워너신드롬(조로증) 환자 연구를 통해 인간에게 수명에 관계하는 유전자가 있음을 이미 확인했다. 나아가 이런 연구가 계속되면 다음 세기 초에는 이 수명 유전자의 전모를 밝혀내 현재보다 2배 이상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 국립노화연구소(NIA)는 현재 추진중인 유전자지도 프로젝트를 토대로 2010년이면 각종 유전자의 상호작용에 의한 노화과정을 밝혀낸다는 계획이다. 2018년이면 인간의 모든 유전자지도를 그려내고 2022년 이후에는 유전자요법을 통해 수명을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왜 인간은 70세에 죽고 거북은 1백50년까지 사는가. 이 문제에 대한 과학자들의 대답은 간단하다. 바로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이 부모로부터 받은 23쌍의 염색체에는 약 10만개의 유전자가 배열돼 있고 이중 특정 유전자가 수명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결과에서 증명되고 있다. 「장수 수명자(므두셀라)」로 명명된 이들 유전자는 효모 초파리 선충 등 유전자 구조가 거의 밝혀진 동물에서는 이미 분리에 성공했다. 콜로라도대의 토머스 존스박사와 연구진들은 선충에서 이들 유전자를 분리, 유전자 조작을 통해 선충의 수명 3주를 배로 늘리는데 성공했다. 이들은 항산화효소(SOD)와 카탈라제(과산화수소분해효소)가 이들 유전자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했다. NIA의 리처드 스프라트박사는 『세포가 한번 분열할 때마다 염색체의 끝에있는 「텔로메어」라는 이름의 염기서열이 줄어든다』며 『텔로메어는 DNA가 몇번이나 분열했는가를 알려주는 「계산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암세포에는 이 텔로메어를 제어하는 텔로메라제라는 효소가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세포의 노화와는 달리 끊임없이 분열한다』고 풀이했다. 이 때문에 텔로메라제를 인위적으로 제어할 경우 암퇴치는 물론 수명을 연장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론이 성립한다고 말했다. 일부 학자들은 분열 횟수가 정해져 있는 일반 세포와는 달리 암세포만이 무한대로 자기복제를 한다는 점에 착안, 암세포가 노화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를 갖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현대의 과학자들은 노화와 죽음에 이르는 원인을 크게 두 갈래로 보고 있다. 첫째는 인간이 몇살까지 살 수 있을 것인가는 태어나기 이전부터 유전자에 기억돼 있다는 소위 「예정설」. 유전자에는 사망 시기가 입력돼 있으며 이 「생물학적 시계」가 멈출 경우 죽음에 이른다는 이론이다. 늙는다는 것은 이들 유전자의 작용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糖-단백질 엉겨 老化▼ 이는 인간의 피부세포를 떼내 실험한 결과 젊은 세포가 손상을 입을 경우 50번까지는 분열하지만 노화된 세포는 분열 횟수가 줄어든다는 점에 착안하고 있다. 둘째는 외부의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인간의 세포나 기관이 더이상 기능을 할 수 없을 때 사망에 이른다는 학설이다. 세포나 기관이 손상을 입게 되는 원인에 대해 대부분의 학자들은 체내 유해산소와 단백질의 교차반응을 꼽는다. 체내 유해산소는 산소가 영양소와 결합해 에너지로 변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 이것이 세포내 핵산 등 여러가지 물질들과 작용해 DNA에 손상을 입히게 된다는 것이다. 교차반응은 체내 당(糖)과 단백질이 서로 엉겨붙음으로써 콜라겐과 같은 세포조직을 굳게 해 동맥 경화를 유발하고 백내장 신경기능의 손상 등 전형적인 노화의 징후를 유발시킨다. 이 과정에서도 체내 유해산소가 함께 작용한다. ▼호르몬 요법도 연구▼ 노화 예방법도 호르몬 유전자 영양요법 등 여러가지 방향에서 연구되고 있다. 회춘제로 알려진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를 비롯, 디하이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DHEA) 멜라토닌 성장호르몬 등 일련의 호르몬들이 이같은 노화의 진행과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일부 밝혀졌지만 노화를 막기 위해 함부로 쓰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호르몬 투입이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 수 있어 아직은 실험단계일 뿐이다. 볼티모어 소재 존스 홉킨스대 구내에 자리잡은 NIA산하 장수연구소(GRC)의 연구담당 소장인 댄 롱고박사는 『나이를 먹으면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 멜라토닌 등의 호르몬 분비가 격감한다』고 말했다. 구약성경에 나타나는 「므두셀라」는 9백69세를 살았다. 현대의 과학자들은 이 인물의 이름을 따라 명명된 「므두셀라」 유전자를 찾아내 그 역할을 규명하려 하고 있다. 21세기 말에는 인간의 수명을 현재의 배인 1백50세까지는 연장시킬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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