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기]「눈물 부인」

  • 입력 1996년 12월 1일 19시 57분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온 50대 중반의 부인은 계속 멈칫거리다가 슬그머니 주머니에서 편지봉투를 꺼내 아무말 없이 내게 내밀었다. 편지는 인근 도시의 안과의사로부터 온 것이었다. 내용은 계속 나오는 눈물을 막기 위한 수술을 부탁하는 것이었다. 환자는 10년전부터 특별히 아픈 데도 없이 왼쪽 눈에서 계속되는 눈물 때문에 동네에서는 「우는 여인」으로 소문났다. 안과에서 눈물관인 비루관이 막혔다고 진단받았다. 유일한 치료방법은 수술밖에 없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환자는 몇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첫째는 「비루관이 막혔으면 눈물이 나오지 말아야지 왜 눈물이 자꾸 나오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둘째는 「눈물이 나면 안과에서 치료를 해야지 왜 이비인후과에서 수술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눈물이란 나오다 안나오다 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눈물샘에서는 쏟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늘 눈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이 눈물은 눈과 코사이를 이어주는 비루관을 통하여 코로 넘어 가서 마지막으로 위로 들어간다. 그런데 비루관이 여러가지 이유로 막히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눈물은 코로 넘어가지 못하고 눈으로 넘쳐나게 된다. 마치 하수구가 막히면 하수가 빠지지 못하고 넘쳐 나는 것과 같이. 물론 울거나 하품을 할 때 갑자기 눈물샘이 자극을 받아 많은 눈물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병이 아니다. 이비인후과에서 눈물치료를 하는 것은 그 원인이 코부분에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눈물이 많이 나면 일단 안과에서 그 원인을 찾아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한 치료에도 반응이 없을 때는 이비인후과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예전에는 안면부를 절개하고 막힌 부분을 치료하였으나 최근에는 다른 의학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술내시경과 레이저를 이용하여 쉽게 새로운 비루관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을 듣고난 다음에야 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기꺼이 수술에 응했다. 환자는 다음날 아침8시에 내원하여 내시경과 레이저를 사용한 간단한 수술을 받은 후에 한시간만에 귀가했다. 신뢰와 자신감을 가지고 받은 수술이었다. 0345―401―4172 윤 종 태<이빈인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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