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도전하는 첨단 23]독일 응용정보-자동화연구소

  • 입력 1996년 11월 22일 20시 20분


「슈투트가르트(독일)〓金學辰기자」 21세기의 로봇은 어떤 모습일까. 공상과학영화나 아이들 장난감처럼 초능력을 가진 「슈퍼맨」일까. 아니면 아시모프의 소설처럼 생각하는 두뇌를 갖고 형상은 인간을 닮은 로봇이 나올 것인가. 로봇의역사는86년.로봇은 1910년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펙의 머리속에서 나왔다. 그는 주인에게 무조건 복종하고 힘든 육체노동을 대신해주는 로봇이란 이름의 기계를 희곡속에 등장시켰다. 결국 로봇이 반란을 일으켜 인간을 모두 죽인다는 비극적 줄거리로 끝을 맺지만. 61년 GM社에 첫등장그로부터 50여년이 지난 1961년 미국의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사는 공장자동화에 로봇을 처음으로 도입, 꿈이 아닌 현실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픽션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머리가 없고 걸어다니지도 못하고 팔만 움직이는 기형적인 생김새에 실망하고 말았다. 요즘도 수만대의 산업용 로봇이 자동차나 반도체 조립라인에 이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생산현장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로봇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길 원한다. 21세기를 3년여 남겨둔 지금 과학자들은 이런 기대를 만족시키려고 여러가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 카를스루에 응용정보공학연구소(IAI)의 엘마 홀러박사는 아르테미스란 수술로봇과 키스메트란 의학교육용 로봇을 만들고 있다. 의사가 컴퓨터와 기계들이 잔뜩 있는 연구실에서 화면에 나타난 사람의 환부(患部)를 보면서 부지런히 양 손을 움직인다. 그러면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아르테미스가 의사의 손놀림을 통신망을 통해 전달받아 환자의 배를 째거나 몸속에 있는 장기를 들어낸다. 이제까지 수술로봇은 기껏해야 수술실에서 의사의 충실한 조수 노릇을 하는데 불과했지만 아르테미스는 인간의 원격조종을 받는 최초의 로봇의사인 것이다. 홀러박사는 『로봇의사가 째고 집어내고 잡고 하는 기본 동작은 잘 하지만 아직 세부적인 움직임은 더 다듬어야 한다. 시제품이 2,3년내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테미스가 완성되면 원격수술이 가능해진다. 외국에 있는 유명의사가 통신망으로 로봇을 조종해 국내 병원에 있는 응급 환자를 수술하는 꿈같은 일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키스메트는 의대생이나 수련의를 위한 수술실습용 로봇. 학생이 수술대에 누워있는 마네킹의 몸속으로 수술도구를 집어넣으면 마치 진짜 수술이 진행되는 것처럼 생생하게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다. 애꿎은 실험동물을 더이상 죽일 필요없이 학생들은 이 화면을 보면서 수술실습을 할 수 있다. 홀러박사는 슈투트가르트의 튀빙겐병원과 공동으로 97년까지 키스메트를 실용화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피가 나오는 장면도 연출해 현실감을 더할 예정.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생산기술 및 자동화연구소(IPA)의 마르틴 헤겔레박사는 20여종의 서비스로봇을 개발했다. 그의 「로봇공장」에 가면 주유소에서 기름넣는 로봇, 주차장에서 자동주차하는 로봇, 쓰레기를 자동분류하는 로봇, 집안을 혼자 다니면서 청소하는 로봇, 병원에서 약운반하는 로봇, 전시회에서 고객을 안내하는 도우미로봇, 화학공장이나 지뢰밭같은 위험공간에서 작업하는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쓰레기 자동분류도지난해말 선보인 주유로봇은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앉아서 기름을 넣을 수 있는 것이 특징.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이나 유럽의 주유소는 셀프서비스다. 자동차가 주유소에 들어서면 로봇이 주유밸브를 열고 기름을 넣은 다음 뚜껑을 닫는다. 고객은 창문을 열고 기름종류와 양을 정한 다음 카드로 계산하면 된다. 센서로 차의 기름통 뚜껑을 정확하게 집는 것이 핵심기술이다. 이 로봇은 98년경 20여군데의 주유소에서 시험적으로 운영된후 2000년경 상품화될 예정이다. 독일의 자동차회사 벤츠와 BMW가 연구비를 지원했다. 그가 개발한 쓰레기를 분류하는 로봇도 재미있다. 쓰레기들이 컨베이어 위에서 흘러가는 동안 사람이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하면 로봇이 알루미늄캔 플라스틱 종이 음식찌꺼기 등 쓰레기를 집어 따로따로 봉투에 담는다. 인간이 싫어하는 더러운 작업을 로봇이 대신해 주는 것이다. 이 로봇도 보쉬사가 곧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독일의 나사(미국항공우주국)」라 불리는 뮌헨의 항공우주연구소(DLR) G 히르칭어교수는 3년전 우주로봇을 지상에서 원격조종하는 실험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그가 개발한 우주작업로봇 로텍스는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에 실려 지난 93년 4월 우주공간에 올라갔다. 로텍스는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선 안에 있는 문을 열고 닫으며 날아다니는 조그만 물체를 잡기도 했다. 로텍스의 다음 모델인 EST7도 이미 제작됐다. EST7은 로텍스보다 손가락이 훨씬 정교하다. 히르칭어교수는 97년말에 이 로봇을 쏘아올려 우주선 밖에서 작업하는 실험을 할 예정이다. 5,6년후쯤에는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수만개의 위성중 고장난 위성들을 수리할 때 인간이 구태여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먹지도 않고 산소도 필요없는 로봇이 우주공간에서 수리공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낼 것이다. 위성수리 로봇 곧 등장과학자들은 21세기에는 로봇이 생산현장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 널리 쓰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인간과 비슷한 두뇌를 갖거나 생김새가 닮은 「인간적인 로봇」은 아직도 요원하다고 말한다. 인간이 하기 어려운 일을 대신하거나 인간을 도와주는 서비스로봇 정도가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