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기]치료 협조체제

  • 입력 1996년 11월 10일 20시 26분


약 10년전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기업에 입사한지 3년이 못되어 정신분열증이 발생한 환자가 치료를 받겠다고 찾아 온 일이 있다. 특이한 점은 환자의 어머니가 매번 환자를 따라와 면접이 끝나면 『단 1분간이라도 좋으니 이야기를 하자』고 요구하는 등 치료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 환자도 어머니의 개입을 싫어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는 우선 직장에 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6개월 병가를 얻은 후 병원에 입원하라는 나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입원 후 한 달이 되기전 그의 정신병적인 증상이 거의 없어졌다. 퇴원 후 통원치료과정에서 환자와 어머니는 이 병에 대해 알려고 많은 질문을 던졌고 환자는 자기의 그동안 경험을 소상히 얘기했다. 환자의 어머니는 옆에서 관찰한 아들의 모습 가운데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으면 환자 앞에서 당당히 얘기해 주었다. 어머니가 참여한 치료협조체제가 잘 유지되면서 그는 6개월 후 회복되어 복직하고 그의 상사에게 비교적 상세하게 병의 경과를 알려주고 앞으로 직장에 적응하는데 도와달라고 부탁까지 했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특히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있어 여러 차례 증상이 재발될 것 같은 위기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약물의 양을 조정하거나 상담을 통해 큰 문제없이 넘어갔다. 몇년 후에는 중매로 알게 된 여인과 결혼할 단계에 이르렀다. 그는 장차 배우자가 될 사람에게도 자기의 병력을 소상히 알렸다. 혹시나 미심쩍은 일이 남아 있지 않도록 결혼전 나에게도 약혼녀를 데리고 와서 혼자 마음껏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10년이 지난 현재 그는 아들 딸 낳고 그 직장에 계속 다니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치료협조체제가 부인의 참여로 보강되었다. 직장때문에 본인은 일년에 두 번쯤 병원에 찾아올 정도지만 부인은 두 달에 한 번, 그리고 어머니는 일년에 한두 번 아직도 찾아오고 있다. 환자와 가족, 주변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신분열증에 대한 충분한 이해, 그리고 의사와 협력해서 약물치료를 충실히 계속하면 정신분열증도 이 환자의 경우와 같이 극복 될 수 있는 것이다. 0331―219―5010 이 호 영 <아주대 의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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