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名문장]스포츠를 사랑하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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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It ain‘t over till it’s over(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요기 베라, 1973년 미국

뉴욕 메츠 감독 시절 인터뷰에서

뉴욕 양키스 역사상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요기 베라가 1973년 뉴욕 메츠의 감독으로, 그해 7월까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꼴찌일 때 남긴 ‘논리모순’의 이 말은 이후 스포츠계 역사상 최고의 금언이 됐다. 스포츠는 허구(虛構)의 세계다. 영화, 음악, 미술 등 예술세계는 말할 것도 없고, 재미나 오락적 요소가 있다고 여겨지는 영역들은 자세히 보면 예외 없이 허구적 요소가 내재돼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왜 이 허구의 세계에 열광할까. 엘리스 캐시모어는 그의 유명한 저서인 ‘스포츠, 그 열광의 사회학’에서 열광의 이유를 도전과 응전으로 규정했다. 즉 인간의 본성은 도전에 맞서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진화적 적응의 일부이다. 스포츠에서 승부는 도전과 대립 그리고 극적인 결과 등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나의 경우 스포츠에 빠지는 이유는 공정한 경쟁 때문이다. 오늘날 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는 경쟁이라는 요소가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세상이 꼭 실력대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스포츠 세계에서는 이러한 경우가 많지 않다. 경기력만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기회는 오게 되어 있다. 비록 스포츠가 허구와 비이성의 세계임에는 분명하지만, 적어도 스포츠는 조작이나 편집이 없는 ‘진짜’이다.

1973년 7월까지 내셔널리그 동부리그 꼴찌였던 뉴욕 메츠는 요기 베라의 저 유명한 인터뷰 이후 기적 같은 레이스를 펼쳐 선두와 9.5게임 차를 뒤집고 기적같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마지막이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무슨 상관이랴. 피곤하고 지친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 살아 숨 쉬는 한 그래도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실제로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요기 베라#뉴욕 메츠#뉴욕 양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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