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서혜림]귀농 인턴제를 활용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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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림
시골에 와서 1년간은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 보고, 계절에 따라 여러 농장에서 일손을 거들며 생활비도 소소하게 벌었다.

시골에 오기 전 1년간은 ‘소비 단식’을 했다. 최소한의 고정비 지출을 제외하면 나가는 돈이 없도록 단단히 챙겨두었다. 귀촌 후 최소 1년 정도는 수입이 없을 것을 각오하고 다양한 일에 도전해 볼 요량이었다. 시골에 왔으니 농사나 축산을 하고 싶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먼저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귀농 프로그램 중에 농장 인턴 프로그램이 있는데 일을 배우며 월 80만 원을 받는다. 인턴은 최소 생활비를 받고, 농장은 소정의 교육비를 지원받는다. 평소 산양에 관심이 있어 주변에 산양유 농장이 있는지 수소문했는데 마침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산양유 농장을 발견했다. 농장 입장에서는 얼굴 하얀 도시 사람이 와서 얼쩡거리면 거추장스럽기만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다지 반기지 않는 눈치였다. 그래도 포기할 수가 없어 삼고초려 끝에 이곳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산양은 사람을 알아보는 동물이라 출근을 하면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건초를 내어 주면 순순히 착유기에 줄을 섰다. 산양들은 젖 짜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 듯했다. 젖 짜는 일이 끝나면 짜둔 산양유를 아기 산양들에게 포유했다. 아기 산양이 잘 자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매일 아침 산양 젖을 짜주고, 요구르트를 만드는 등 농장의 여러 일을 경험했다. 8개월간의 산양 농장 생활은 몸은 힘들어도 평화로운 기간이었다. 교통비와 기초생활비가 나오는 것도 좋았다.

문제는 체력이었다. 일을 시작하고 석 달이 지난 어느 날 밤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이 되어서는 극심한 통증과 함께 퉁퉁 부어올랐다. 간신히 남편을 깨워 병원에 갔다. 통증의 원인은 산양을 돌보느라 매일 쪼그려 앉는 자세였다. 농사를 지으면 귀농, 안 지으면 귀촌이라고들 부른다. 시골에 살고 싶고, 농장일도 좋아하지만 무릎 통증은 귀농이 아닌 귀촌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평생 도시에 살아 입식생활에 익숙했던 사람이 쪼그려 앉는 일이 많은 농장일로 한 번에 옮겨 타기는 무리였다.

피로는 각오하고 있었고 이겨낼 수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관절이 안 좋은 몸이라 아쉬움이 컸다. 병원에 다녀온 이후로는 무릎을 자주 구부리는 일은 잘 하지 못했다. 그래도 최대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인턴 생활을 마쳤다. 큰 도움이 안 된 것 같아 농장에는 미안했지만 그래도 많이 이해해줘 고마웠다.

농사나 축산을 시작하기 전에 인턴 생활을 해볼 기회를 가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더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으니 본인의 농장을 기획하기 전에 먼저 알아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서혜림
 
※필자는 인천에서 생활하다가 2015년 충남 홍성으로 귀촌하여 농사짓지 않는 청년들의 미디어협동조합 로컬스토리를 창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귀농 인턴제#농장 인턴 프로그램#귀농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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