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원의 옛글에 비추다]끼리끼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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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무리이면 나쁜 점은 가려주고 잘한 것만 치켜세우며
다른 무리이면 아주 작은 흠결이라도 애써서 찾아낸다

同類則掩惡揚善 異類則吹毛覓
(동류즉엄악양선 이류즉취모멱자)

― 최한기 ‘인정(仁政)’》
 

조선 후기의 학자 최한기의 150여 년 전 기록인데, 지금의 정국을 개탄하며 현재 옆에서 건네는 말처럼 들린다. 붕당의 폐해는 어찌 150여 년 전만의 문제였겠는가. 공자의 시대에도 끼리끼리 무리 짓는 것에 대한 경계가 있었으니, 이는 어쩌면 인간의 기본적인 습속인지도 모르겠다.

저마다 다른 환경에 처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입장이 모두 똑같을 수는 없지만, 공심(公心)을 가지고 생각해보면 합리적인 기준을 어느 정도 공유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익을 가지고 다투는 경우에는 합리성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최한기의 말을 조금 더 살펴보자. ‘이전의 붕당은 정책과 학문의 차이에서 발생하였기에 바른 데로 귀결되면 붕당이 사라졌지만, 후대 붕당의 논의는 관직에 의한 권력 다툼에서 발생하였기에 아주 사소한 일로도 당파가 무엇인지를 구분한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이익만을 다투기 때문에 내 편은 무조건 옳고 상대편은 무조건 틀렸다는 붕당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호(星湖) 이익(李瀷)은 “이익이 하나이고 사람이 둘이면 곧 두 개의 붕당이 만들어지고, 이익이 하나이고 사람이 넷이면 곧 네 개의 붕당이 만들어진다(夫利一而人二則便成二黨 利一而人四則便成四黨)”고 말했다. 이 말에 의하면 결국 붕당이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집단에 불과한 것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사고하고 판단한다면 입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결코 주장이 바뀌지는 않을 텐데, 입장이 바뀌자 얼마 전까지 자신이 비난했던 말과 행동들을 이제 자신이 하고 있다.

자신이 했던 말들을 조금이나마 기억할 수 있다면 부끄러워 차마 할 수 없는 말들을 서로 소리 높여 주장하고 있으니, 이들에게 인간의 본성 중 하나라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이 과연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수오지심’이 없는 자 의롭지 못하다 하였는데….

최한기(崔漢綺·1803∼1877)의 본관은 삭녕(朔寧), 호는 혜강(惠岡)이다. 평생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학문과 연구에 몰두하여 철학뿐 아니라 자연과학 분야에까지 수많은 저술을 남겼다.

이정원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
#최한기#인정#성호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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