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 파비앙 “알레 파리생제르맹~축구로 하나되는 사람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8일 05시 45분


프랑스 출신 방송인 파비앙은 축구를 매개로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나가고 있다. 파리생제르맹FC의 오랜 팬인 파비앙이 직접 챙겨온 유니폼을 입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프랑스 출신 방송인 파비앙은 축구를 매개로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나가고 있다. 파리생제르맹FC의 오랜 팬인 파비앙이 직접 챙겨온 유니폼을 입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축구와 한국을 사랑하는 프랑스 청년 파 비 앙

태권도로 알게 된 한국…·케이팝·한식에 매료
글쓰기 관심 많아 프랑스서 축구 기자 생활도
한국어 책 집필 꿈…요즘 로맨스 소설에 꽂혀
파리생제르맹 열혈팬…한국 서포터즈 창단도


3개월이 6개월, 6개월이 또 9년이 됐다. 프랑스 모델 출신의 방송인 파비앙(30)이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다. 3개월의 여행을 통해 한국의 젊음과 활기에 매료된 그는 고국으로 돌아가 대학을 졸업한 뒤 다시 한국을 찾았다. 오롯이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6개월을 계획했지만,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둘씩 하다보니 어느덧 인생의 3분의 1을 한국에서 지냈다. 한국에서의 하루하루가 즐겁다. 파비앙은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책을 쓰고, 음악을 듣고, 방송까지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열심히 재미있게 잘 살고 있다”면서. 좋아하는 것들을 즐기며 행복한 매일을 보내고 있는 그의 삶에는 요즘 전 세계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인생은 한 번 뿐이다)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방송인 파비앙.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방송인 파비앙.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나의 모태 스포츠 ‘축구’

축구를 사랑하는 프랑스 출신답게 파비앙의 모태 스포츠는 축구다. 그의 일상엔 언제나 축구가 함께 했다. 어린 시절에는 친구들과 축구 선수 카드를 교환하며 놀았고, 학교에선 쉬는 시간마다 축구를 했다.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빼놓지 않고 모두 챙겨봤다. 파리에 거주하는 그는 축구를 좋아하는 아버지와 함께 파리생제르맹FC의 홈경기도 거르지 않고 찾아가 응원했다. 파비앙은 “한국이 야구라면 프랑스는 압도적으로 축구가 1등이다. 프랑스에선 축구 문화가 활성화 되어있고, 직접 축구를 하는 사람도 정말 많다”며 “어떤 계기 때문이 아니라 당연히 축구를 좋아하게 됐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축구에 대한 그의 열정을 설명하라면 입이 아플 정도다. 대학생 때는 프랑스 축구전문매체 ‘막시풋’에서 기자로 짧게 활동한 이력도 있다. 파리생제르맹의 오랜 팬인 파비앙은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축구 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남기곤 했는데, 어느 날 그의 글을 관심 있게 지켜본 ‘막시풋’에서 연락이 왔다. 파비앙은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다. 6개월 정도 기사를 썼다. 당시 학생인데다 모델, 연극 활동까지 하는 일이 너무 많아 오래 하지는 못했다. 정말 재미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파비앙은 한국에서도 축구를 통해 소중한 인연들을 맺어나가고 있다. 지난 4월엔 축구용품업체 포워드가 운영하는 축구팀 포워드FC에 가입했다. 매주 수요일 2시간씩 공을 차며 팀원들과 친목을 다지는데, 그는 단 한 번도 운동을 거르지 않았을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 그의 동료들도 “파비앙은 몸을 사리지 않고, 정말 열심히 뛴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주로 왼쪽 미드필더를 맡는 파비앙은 수비와 공격 모두 만능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오래 했으니 어느 정도 하기는 하지만, 선수를 할 실력은 아니다. 그냥 즐기는 수준”이라고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파비앙. 사진제공|포워드FC
파비앙. 사진제공|포워드FC

● 한국을 사랑한 태권소년

파비앙은 대중들에게 태권도로 더욱 친숙하다. 한국과의 첫 인연 역시 태권도였다. 5세에 태권도를 시작한 파비앙은 프랑스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이다. 어린시절부터 태권도를 좋아했던 그는 자연스레 한국의 영화와 음악에도 빠져들었다.

그는 “처음에 접한 한국 영화는 모두 무술과 관련된 작품들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바람의 파이터’나 ‘돌려차기’ 등을 모두 영어 자막으로 봤다”며 “또 프랑스에 자주 오던 태권도 시범단이 있었는데, 그 분들이 사용하던 음악을 자주 듣다보니 1990년대 K-POP도 좋아하게 됐다”고 떠올렸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 음식 등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해 10월에는 프랑스어로 ‘파비앙의 한식’이라는 요리책을 발간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는 요즘 로맨스 소설을 쓰고 있다. 이미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자랑하는 파비앙은 “언젠가 한국어로 책을 쓰는 것이 꿈”이라며 독서와 글쓰기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내가 바라보는 한국에 대해 책을 써보고 싶다. 지금의 한국어 실력으로는 어렵겠지만, 2∼3년 안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파비앙은 한국의 역사 기념일엔 SNS를 통해 본인의 생각을 숨김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지난 현충일에는 에펠탑 앞에서 태극기를 펼쳐들고 찍은 사진과 함께 순국선열들을 향한 감사의 인사를 전해 화제를 모았다. “당장은 한국을 떠날 생각이 없다”는 그는 새하얀 피부, 연갈색 눈동자를 지닌 프랑스 청년이지만, 한국에 대한 애정만큼은 여느 한국인 못지않다.

방송인 파비앙.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방송인 파비앙.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PSG 좋아하세요?

파비앙은 최근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국에 파리생제르맹을 알리는 일이다. 그는 지난 4월 파리생제르맹 국내 관계자들과 함께 한국 파리생제르맹 공식 서포터즈를 창단했다. 직접 SNS 채널을 운영하면서 파리생제르맹의 소식을 전하고, 팬들과 함께 파리생제르맹 유니폼을 입고 축구도 한다. 그는 “나랑 같은 팀을 좋아한다는 것이 기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며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만나서 축구 이야기를 하고, 경기도 함께 본다. 정말 재미있다”고 기뻐했다.

파비앙은 축구를 매개로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린다. 축구가 갖는 ‘응집력’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축구 하나로 수많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로 모일 수 있다. 그 힘은 정말 대단하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통해 느꼈다. 재력, 인종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축구를 보며 응원할 수 있다는 것이 축구의 매력이자 힘이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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