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글로벌 인사이더]미국인들이 알고 싶어하는 북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3일 1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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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열린 북한 제재 관련 청문회에서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왼쪽) 등 전문가들이 증언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열린 북한 제재 관련 청문회에서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왼쪽) 등 전문가들이 증언하고 있다.
북한이 ‘사건’을 일으킬 때마다 미국 워싱턴은 술렁거린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탈북자 강제 북송 사건이 일어나면 워싱턴에서는 즉각 의회 청문회가 열리고 행정부는 대북 제재를 결정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북한 관련 청문회는 상원과 하원에서 번갈아 열린다. 청문회 열기는 언제나 후끈 달아오른다. 의원들은 전원 출석하고 방청객은 넘친다. 탈북자들이 출석해 북한 실상을 고발하고, 미국 유수 싱크탱크의 북한 관련 전문가들이 나와 해법을 제시한다.

미국 사회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은 의회와 행정부 등 정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북한, 특히 북한 인권 문제는 평범한 미국인들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워싱턴 특파원 시절 살던 알링턴 근처 도서관에서 북한 강연회가 종종 열렸다. 한번은 강연회가 끝난 후 기획담당자를 만났더니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활짝 웃고 있었다.

“올해 최고의 성공적인 행사예요. 북한 강연회는 언제나 인기 최고죠.”

기자가 참석했던 강연회는 북한 인권 책을 쓴 저자 4명을 1주일 간격으로 릴레이로 초청해 토론하는 행사였다. 북한을 무대로 한 소설 ‘고아원 원장의 아들(The Orphan Master’s Son)‘을 쓴 애덤 존슨 스탠퍼드대 교수, 탈북자 신동혁 씨 이야기를 다둔 ’14호 수용소 탈출(Escape from Camp 14)‘의 저자 블레인 하든 전 워싱턴포스트 기자 등이 강사로 나왔다.

‘고아원 원장의 아들’ 저자 애덤 존슨 교수
‘고아원 원장의 아들’ 저자 애덤 존슨 교수
네 차례 강연회 모두 주중 저녁 시간에 열렸는데 150여 명씩 참석해 강당이 꽉 들어찼다. 기획담당자는 도서관 예산이 없어 제대로 홍보도 못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릴 줄 몰랐다며 기뻐했다. 북한 인권 강연 시리즈 2탄을 열겠다는 야무진 포부도 드러냈다.

강연회에 모인 사람들은 워싱턴에서 열리는 북한 관련 세미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행정부 관료나 학자들이 아니었다. 기자가 살던 알링턴이 워싱턴 교외 중산층 도시인만큼 퇴근 후 시간을 내서 자녀 손을 잡고 온 ‘엄마 아빠 부대’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비록 북한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눈빛만큼은 진지했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존속 여부에서부터 북한 주민들은 하루 몇 끼를 먹느냐 까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강연회는 미국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정책 결정자뿐 아니라 사회 저변으로 폭넓게 퍼져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핵과 미사일 위협에 못지않게 기본적인 인권이 무시되는 억압의 땅으로서 북한의 실상을 들여다보고 비판하는 움직임이 미국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인권에 관심을 쏟는 미국인들을 보면서 한국과의 온도 차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 북한 문제가 터지면 집중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관심은 한번 쏟아졌다 그치는 ’소나기‘에 가깝다.

2004년 미국 북한인권법 통과에 큰 역할을 한 수잰 숄티 디펜스포럼재단 대표를 미국에서 자주 만났다. 그는 한국에서 북한 문제가 지속적인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여러 번 토로했다. 정작 한국에서 북한 인권에 무관심하고, 심지어 냉대 분위기가 있는 것은 국가적 수치라는 것이었다.

2006년부터 미국에서 ‘북한 자유주간’ 행사를 개최해온 숄티 대표는 북한 인권 문제를 널리 알려야 할 곳은 한국이라는 생각에 2009년부터 아예 행사 장소를 한국으로 옮겼다.

‘14호 수용소 탈출’ 저자 하든
‘14호 수용소 탈출’ 저자 하든
강연회가 끝나고 존슨 교수와 하든 기자를 만났다. 자신들 저서의 한국어판 출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존슨 교수 책은 아직 한국어판 요청이 없고, 하든 기자는 겨우 한국어판 계약자를 찾았다고 했다. “ 한국어판 요청이 가장 먼저 들어올 줄 알았는데….” 두 저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존슨 교수도 나중에 겨우 한국어판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존슨과 하든, 두 미국인이 쓴 북한 책은 모두 한국에서 출간됐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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