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전철 타고 스키장으로 ‘雪레는 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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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전문기자의 코리안 지오그래픽]야간스키 명소 ‘곤지암 리조트’

수도권 스키장의 트렌드를 주도해온 곤지암 리조트가 올 스키시즌에 역점을 둔 부분은 차세대 플라스마 조명 설치로 더욱 밝아진 야간슬로프의 ‘밤 스키’, 경강선 곤지암역을 이용하는 환경친화형 ‘전철 스키’. 무선네트워크로 가동되는 최첨단 사물인터넷(IoT) 기반 제설시스템으로 설질도 확실히 나아졌다. 곤지암 리조트 제공
수도권 스키장의 트렌드를 주도해온 곤지암 리조트가 올 스키시즌에 역점을 둔 부분은 차세대 플라스마 조명 설치로 더욱 밝아진 야간슬로프의 ‘밤 스키’, 경강선 곤지암역을 이용하는 환경친화형 ‘전철 스키’. 무선네트워크로 가동되는 최첨단 사물인터넷(IoT) 기반 제설시스템으로 설질도 확실히 나아졌다. 곤지암 리조트 제공
 우리는 우리 스키문화에 대해 어두운 편이다. 역사가 95년이나 되고 1930, 40년대엔 본가인 유럽에 못지않았으며 지난 20년간의 열기는 뜨거웠고 현재는 지구촌 트렌드를 리드하는 나라 중 하나지만 아는 이가 드물다. 

 1921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처음 소개된 스키와 기술은 당시 최첨단이었다. 그걸 전수해준 일본인은 알파인스키의 창시자 마티아스 츠다르스키(오스트리아)의 수제자인 폰 레르히 소령(오스트리아 군인)으로부터 스키를 직접 배운 전문가였다. 1930, 40년대는 유럽처럼 스키휴양지가 조성됐고, 스키클럽도 번성했다. 그 효시는 1922년 결성한 원산스키클럽이며 1930년엔 용산철도국스키클럽과 경성스키클럽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들 클럽은 일본인들이 주축이었다. 조선인만 참가한 클럽은 1935년 ‘서울스키클럽’이 최초. 

 스키휴양지로 개발된 곳은 원산 주변과 금강산 외금강(고성군 온정리) 지역. 1930년대 경성(서울)의 스키 붐은 주말스키 열차까지 탄생시켰다. 원산은 경원선(용산∼철원∼원산), 외금강은 ‘은령행(銀嶺行)’이란 야간특별열차가 오갔다. 스키어들은 주말을 스키장에서 보낸 뒤 일요일 오후 상경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마라톤 영웅 손기정 선수도 1938년 삼방스키장(원산) 단골 스키어였다.

 광복 후 무대는 대관령으로 옮겨졌다. 리프트시스템을 갖춘 용평리조트 개장(1975년)이 고도성장사회에서 스키 붐의 기폭제가 됐다. 그 정점은 보광휘닉스파크(현재 휘닉스평창)와 현대성우리조트(현 웰리힐리파크)가 동시 개장한 1995∼1996시즌.

 이후 스키문화는 새 밀레니엄을 맞으며 비발디파크(대명홍천리조트)를 포함한 이 네 리조트를 기반으로 지구촌 변방에서 중심으로 진입했다. 힙합을 배경으로 스포츠보다는 문화현상에 가까웠던 스노보드 열풍, 스키잉의 재미를 묘미의 단계로 끌어올린 카빙스키의 확산과 더불어서다. 

 21세기에 접어들어서는 야간스키를 넘어선 밤샘스키, 동호회 중심의 ‘집단문화’, 정교한 카빙테크닉 따라하기, 시즌권 스키어로 상징되는 뜨거운 열정 등등이 선을 보였다. 이런 현상은 일본은 물론 구미스키장과 스키어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그들 나라에선 스키어 감소로 스키스노보드산업이 사양길을 걷고 있어서다.

 곤지암 스키장은 그런 가운데 2008년 개장했고, 이후 한국의 첨단스키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지구촌 어디서도 시도하지 못했던 ‘혁신’으로 ‘스마트 스키문화’를 이끌어서다. 원하는 시간만큼만 끊고 슬로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간을 계산하는 시테크형 리프트권 ‘미타임(Me Time)패스’, 리프트 대기시간 10분 이내 보장의 ‘슬로프 정원제’, 시간낭비를 막는 ‘온라인 예매제’, 원하는 곳으로 보내주는 ‘찾아가는 셔틀버스’ 같은 최첨단 프리미엄 서비스로 곤지암만의 혁신을 견인하고 있다.

 그런 곤지암 스키장의 올 시즌 스마트스키의 초점은? 더욱 안락한 ‘밤 스키’와 친환경의 ‘지속가능성’이다.

‘밤 스키’를 위한 스마트한 제안

 밤 스키는 퇴근 후 자기계발에 열심인 요즘 세대의 시간절약 트렌드를 수용한 제안이다. 그래서 올 시즌 곤지암은 주간의 35%(최대) 우대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심야 미타임 패스’를 내놓았다.

 또 쾌적하면서도 안전한 밤 스키를 위해 200여억 원을 들여 기존 조명을 차세대 플라스마(1000여 대)로 교체했다. 수원야구장에 설치해 한낮 태양광 아래서 경기하는 느낌(자연색지수 92%)이란 평가를 받은 바로 그 조명이다. 기존 것과 달리 빛의 깜빡거림이 없고 조도 역시 겨울올림픽 공식스키장 기준(1200럭스) 보다 60% 더 밝다. 안전하고 쾌적한 스키잉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이고 전력소모도 적어 친환경적이다.

 새로 보강한 제설기도 밤 스키 문화의 정착을 돕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새 이동식 제설기는 원격제어시스템으로 가동한다. 설질을 한낮이든 야간이든 해뜬 직후의 오전처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것. 최첨단 제설기는 무선네트워크를 통해 필요한 위치에 필요한 만큼의 눈을 확인해 빠르고 알맞게 뿌려주고 있다. 예전에는 불가능하던 일이다.

 또 하나는 스키하우스(620석)나 정상 쉼터(78석)와는 별도로 설치한 ‘스키 쉼터’. 한밤에도 스키잉 중에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며 난방기 아래서 언 몸을 녹이고 편안히 쉴 수 있는 투명텐트공간이다. 스키를 타지 않아도 이곳에서 동료와 가족이 스키를 타는 걸 지켜볼 수 있다. 

스키어 우선의 지속가능한 스키장

 스키장의 지속가능성이란 환경친화적이며 스키어 우선의 모든 혁신을 말한다. 그 첫 번째는 ‘전철스키시대’ 개막. 경기 광주 이천을 경유해 성남과 여주를 오가는 수도권전철 경강선이 9월에 개통한 덕분이다. 곤지암역과 리조트는 5km 거리로 셔틀버스가 30분마다 오간다. 곤지암역은 일산에서도 두 시간 이내, 강남에선 40분, 성남·판교·분당은 20∼30분. 서울과 경기지역 무료셔틀 운행노선도 13개(정류소 54개)로 늘렸다. 따라서 올 시즌엔 대중교통으로도 편안하게 오갈 수 있게 됐다.

 두 번째는 국도 3호선 중 성남∼광주갈림목 구간 고속화 공사가 11월에 끝나 도로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다. 보강공사로 체증이 심한 중부1고속도로(상행선)의 우회로 역할을 한다. 군포 안양 평촌에서 이 길을 이용하면 50분 만에 곤지암에 닿는다. 새로 개통한 제2영동고속도로나들목도 리조트에서 멀지 않다. 

 세 번째는 1000대를 수용하는 4층 규모의 스마트 주차타워의 신설로 주차불편이 사라졌다. 빈 자리는 영상장치로 유도하고 실시간 주차가능 대수도 쉽게 알 수 있다. 주차장∼스키하우스 셔틀버스도 ‘저상’으로 교체해 무거운 장비를 운반하는 불편을 덜어 주고 있다. 

‘V맨’을 찾아라!

곤지암V맨이 어린이에게 부츠를 신겨주고 있다.
곤지암V맨이 어린이에게 부츠를 신겨주고 있다.
 이것도 지구촌 스키장 중 유독 곤지암에만 있는 지극정성 서비스. V맨이란 슬로프 상에서 초보자에게 즉석 원포인트 강습을 해주는 ‘슬로프V맨’, 스키하우스에서 장비 렌털과 착용은 물론이고 슬로프 입장까지 전 과정을 돕는 ‘곤지암V맨’을 말한다. 스키강사인 슬로프V맨은 슬로프를 순회하고 곤지암V맨은 스키하우스에 상주한다. 

‘Bring Children to the Snow’(아이들을 설원으로)

 이건 세계스키연맹(FIS)이 전 세계 회원국에서 어린이의 스키타기를 독려하는 캠페인. 우리나라에선 곤지암 리조트가 지난 시즌에 이어 두 번째로 시행하고 있다. ‘세계 눈의 날(World Snow day)’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를 ‘어린이동반가족 우대 행사’와 함께 마련했다. 스키꿈나무를 찾는 ‘어린이 스키대회’, 형편상 스키장을 찾기가 어려운 가정을 위한 ‘어린이사랑 스키캠프’는 올해도 계속된다.

 곤지암 스키장: 수도권 스키장 중 규모가 가장 크며 차별화한 프리미엄 서비스로 쾌적한 스키잉을 보장하는 사계절 리조트. 강남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 ◇리프트 가동: 정설시간(오후 6∼7시)만 빼고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주중(월∼금): 오전 9시 개시 ▽주말(토·일·공휴일): 오전 7시 개시 ◇무료셔틀버스 ▽곤지암역∼리조트: 30분 간격. 출발시간은 △역: 오전 9시 15분∼오후 11시 20분 △리조트: 오전 10시∼오후 11시 ▽수도권∼리조트: 12개 노선(잠실 강남 중구 강서 안양 일산 분당 인천). 탑승 시간과 탑승 위치는 홈페이지 참조. 하루 전(오후 6시까지)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예약(최대 5명) 필수 ◇전철 운행: 시간은 주중과 주말 같음 ▽판교역→곤지암역: 첫차 오전 5시 30분, 막차 오후 11시 21분 ▽곤지암역→판교역: 첫차 오전 5시 45분, 막차 오후 11시 49분. 문의 1661-8787

취재 협조: 곤지암 리조트
 

 
▼시니어들이 곤지암 스키장 발길 잦은 까닭은▼
 
완만한 경사, 여유있는 슬로프… 시니어들의 ‘스키 천국’

 
 ‘시니어 스키 파라디소(Senior Ski Paradiso).’

 ‘늘 푸른 세대(60세 이상)의 스키천국’이란 이 말, 이탈리아영화 제목 ‘시네마천국(Cinema Paradiso)’의 패러디다. 적당한 경사에 154m의 광폭, 혼잡하지 않은 슬로프 덕분에 시니어스키어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곤지암 스키장에 붙은 별명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시니어스키클럽 원조인 서설회(서울고 동문)는 수요일에, 설목회(경기고 동문)는 화요일에 정기적으로 이곳에서 스키잉 모임을 갖는다. 스키 원로들이 주축인 ‘스키클럽 곤지암(SCK·회장 임경순)’도 지난 시즌 이 리조트에서 발족했다.

 올 시즌엔 스키클럽 오파스(OPAS·Old People with Active Skiing)도 가세했다. 이 클럽들은 내년 1월 18일에 60세 이상(1957년 2월 4일 이전 출생)만 참가하는 ‘우의와 나눔을 위한 할배들의 행복나눔 썰매 대회’(왼쪽 포스터)를 연다. 썰매는 ‘설마(雪馬)’에서 유래한 순우리말이고 ‘설마’는 스키였다.

 오파스에는 김자호 간삼건축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조문현 법무법인 두우 대표변호사, 신병준 순천향대 교수 등 13명이 참가하고 있다. 상세한 정보는 www.skiclubopas.org

곤지암(경기 광주)에서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스키#스키장#곤지암 리조트#야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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